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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머무는 다정함

by 박수진


다정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멀리서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늘 곁에서 조용히 빛을 나누는 촛불 같은 것이다.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에 살며시 곁에 머무는 마음. 나는 그 다정함의 힘을 종종 잊고 살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아버지가 계시던 날들, 나는 아버지의 다정함을 당연하게 여겼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로 내 하루를 묻던 그 평범한 모습들이 사실은 다정함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를 위해 자리를 비우지 않았던 아버지의 침묵, 어떤 말보다 따뜻했던 그 곁의 존재가 내 삶을 어떻게 지탱해 주었는지 이제야 선명하게 느낀다.


다정함은 커다란 제스처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야기 끝을 들어주는 고개 끄덕임이고, 잠시 쉬어가라는 말 없는 권유이며, 겨울 저녁, 묵묵히 옆자리에 앉아 건넨 따뜻한 차 한 잔이다. 사람들은 말로 위로하고 행동으로 증명하려 하지만, 때로는 그저 곁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의 큰 폭풍 속에서 한 사람의 다정한 시선과 곁에 있어주는 침묵이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그런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삶을 견디고 또 살아간다.


나는 다정함을 배우려 한다. 그것은 큰 노력 없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곁에 머무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짧은 문자, 피곤한 얼굴에 담긴 고단함을 가만히 안아주는 눈빛, 차가운 손을 따스하게 덮여주는 잠깐의 손길. 이런 것들이 다정함을 표현하는 방법임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다정함은 화려하지 않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누구의 삶에라도 따뜻한 기억으로 스며들고, 계속해서 온기를 전하는 하나의 작은 불씨로 남는다. 오늘 나는 곁에 머물러 다정함을 나누는 사람이고 싶다. 추운 날씨, 누군가에게 나의 다정함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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