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피아노 건반이 하나둘 뛰어오르는 듯한 재즈 음악도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나는 꿈이 많았다. 글짓기 대회만 나가면 상장을 잔뜩 받아오던 시절이 있었다. 내 글은 나름대로 상상과 이야기가 가득 차 있었다.
국민학교 6학년 때의 방학 숙제였던 일기를 기억한다. 평범한 하루를 쓰라는 과제였지만, 나는 그 하루를 실감 나는 이야기로 채웠다. 너무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어 보였던지, 담임선생님이 엄마를 학교로 부르셨다. 너무 잘 썼다는 칭찬인 줄 알았는데, "숙제가 아니라 소설이다."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날 이후였을까, 조금씩 글쓰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너무 과한가? 너무 튀나? 그런 생각이 자라났던 것 같다. 글로 마음을 표현하던 그 시절의 나는 점점 작아졌고, 결국 글을 내려놓아 버렸다.
지금이라도 그때의 시절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글을 놓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보다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잘 쓰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다시 글과 친해지기 위해, 다시 나를 찾기 위해.
어릴 적 꿈 많던 그 시절의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어디에선가 머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그를 다시 만나러 가는 길 위에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내 문장들을 하나씩 다시 채워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