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가득한 몸

길어지는 임신준비

by 은섬




“자기야, 술은 안 돼! 알지?”

“응. 밥만 먹고 바로 올게.”



오늘은 남편 회식이 있는 날이다. 4월에 4번 정도의 저녁 약속이 있었고, 5월은 오늘이 처음이다. 계속되는 임신 준비로 인해 남편은 술자리를 가도 술을 먹지 못한다. 엄마가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너네는 다 술 먹고 생겼다고 말해도 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나도 술을 꽤나 즐겼었다. 소주 한 병은 마셨던 것 같다. 연애, 신혼 초창기에 남편과 함께 반주를 하는 게 그렇게 좋았다. 와인보단 소맥을 즐기던 우리. 2차는 기본이고, 3차까지 간 적도 꽤 있다. 이젠 너무 오래된 기억처럼 아득하다. 맘 놓고 술을 마신 게 1년 6개월 정도 되었으니. 아기를 준비하면서 내 몸은 나의 것만이 아니게 되었다.



나도 이 정돈데, 남편은 오죽할까. 남편은 소주, 맥주, 양주 등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다행히 과음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사도 없어서 걱정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남편이 임신 준비로 인해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편의점의 세계맥주 4캔 만원 코너를 못 본 척 지나갈 때마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의 불안함 때문에 그를 자유롭게 두질 못한다.



물론, 술 때문에 2번의 유산이 된 건 아닐 것이다.

물론, 술 때문에 임신이 늦어진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그 수많은 확률 중 하나가 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싶은 것이다.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 퍼뜩 다 떨어진 비타민B 영양제가 생각났다. 이제 막 생리가 끝났으니까 배란일은 적어도 열흘 정도 뒤. 까먹기 전에 부랴부랴 비타민B를 주문했다. 비타민B는 엽산과 함께 먹으면 엽산의 흡수를 돕는다. 나는 엽산대사이상이 있기 때문에 고함량의 엽산을 먹으면서도 비타민B 영양제를 따로 섭취한다.



엽산을 먹은 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엽산뿐이랴. 유산균, 비타민D, 칼슘, 마그네슘, 오메가 3까지. 내 몸은 아이를 갖기에 더할 나위 없이 영양이 풍부한 상태인데, 정작 아이는 없다.



오늘도 난 언젠가 올 아이를 위해 술을 참고, 각종 영양제를 시간에 맞춰 먹고, 운동을 간다.



언젠가 아이를 만나는 순간이 온다면, 따뜻하고 말랑한 팔과 포근한 머리칼에 코를 묻으며 말해줄 것이다.



“이 모든 게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구나.”

나에게 와줘서, 온 마음을 다해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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