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임신에 내려놓기가 가능한 일인가요?

강렬한 3일간의 숙제

by 은섬




- 내려놓았더니 임신이 되었어요.

- 내려놓은 순간 아기가 왔어요.

- 임신을 잊고 지내다 보면 아기가 올 거예요.



난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임신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된다는 말이다.

난임병원에 다니면서 배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배에 주사를 꽂고, 선생님이 지정해 주신 숙제일에 열심히 숙제를 한다. 도대체 임신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병원도 안 다니고 술도 흥청망청 먹는 것이 내려놓는 거라면 난 안 될 것 같다. 이미 글렀다.



5일간의 페마라 복용을 마치고 5월 29일 초음파를 보러 간 날, 아직 하나도 큰 난포가 없단다.

주말 내내 3만보씩 걸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걸까?



다음 방문 날짜는 6월 7일인데, 6월 5일에 숙제를 내주셨다.

그전에 배란이 될 수도 있어서인 건지, 아니면 6월 7일을 위해 묵은 정자들을 한번 배출하고 오라는 의미인 건지 궁금하지만 여쭤보진 않았다.

여쭤본다고 숙제 날짜가 달라질 건 없으니까.



난포 성숙을 위해 배 주사 처방이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배주사를 놓아주시면서 6월 5일 숙제를 다시 한번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다음 방문 전에 배란이 될 수 있으니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면 좋다고 알려주셨다.



집에 돌아가는 길 쿠팡으로 스마일배란테스트기 15개를 주문했다. 다음날 아침 현관문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배란테스트기.

'제발 이게 마지막 배란테스트기이기를!'

테스트기 박스에 방긋 웃고 있는 아기를 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병원 방문 이후 5월 31일부터 계속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했다. 3-4점대에 머물던 배란테스트기가 6월 5일 9점대의 피크를 찍었고, 6월 6일 피크는 계속 이어졌다.



6월 6일 저녁 남편이랑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배란통으로 추정되는 통증이 시작되었다. 쥐어짜듯 아픈 배와 뻐근한 허리 때문에 먹던 아이스크림도 내팽개칠 정도였다. 정말 어찌나 아프던지, 최근 겪은 배란통 중 탑이었다. 30분 정도 폭풍 같은 아픔이 지나가고 잔잔한 아픔만 남았다.



보통 배란테스트기가 9점대 피크를 찍고 뚝 떨어지면 그날이 배란일이라고 하는데 배란테스트기는 소수점이 낮아진 여전히 9점대였다. 그래도 내 몸의 통증을 믿고 한 번 더 관계를 마치고 장렬히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병원 가는 날이다. 배란이 되었든 안 되었든 성실하게 관계를 마쳤으니 마음의 부담은 덜었다.



"배란되었네요. 아마 어제 된 것 같아요. 오늘도 할 수 있으면 해 봐요."

"5일, 6일 이틀간 했는데요... 오늘도 해야 될까요?"

"꼭은 아니지만, 확률은 올라가니까요."



넵. 그렇다면 해야지요!



이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올 지 말 지는 아기가 결정하겠지 -

무계획 임신처럼 온전히 날 내려놓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애써 무시하며 2주를 보낼 예정이다. 2주가 얼른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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