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1차 실패
흔히들 말하는 증상놀이
인공수정 후 나도 증상놀이에 제대로 속았다.
인공수정 9일 차쯤 되었을까, 유두가 딱딱해지면서 아프고 사타구니 쪽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임신했을 때 느꼈던 증상이랑 정말 비슷했다. 그래서 당연히 임신이 되었겠거니 하고 임신테스트기도 해보지 않았다.
인공수정 12일 차 피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다. 증상을 느끼는 나의 모습에 남편도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채혈을 하고 1시간을 병원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주말 아침 병원 대기실은 젊은 부부들로 가득하다. 모두들 이렇게 간절히 기다리는데 아기천사가 왜 오지 않는 걸까. 1시간이 지나 내 이름이 호명되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잘 안 됐네요. 15%의 확률이니까 한번 더 해보죠. 바로 시험관 하긴 그렇잖아. 생리 시작되면 2-3일 차에 방문하도록 하세요.”
의자에 앉기도 전에 안 되었다는 말에 남편도 나도 살짝 얼어버렸다. 이런, 증상놀이에 단단히 놀아났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 네-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날 보며 애써 웃어주는 남편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기분이 꿀꿀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병원 근처에 있는 아웃백에 들어가 스테이크랑 투움바 파스타를 주문해서 숨도 안 쉬고 음식을 먹었다. 혹시 착상에 방해될까 봐 참아오던 아이스커피도 벌컥벌컥 마시며 남편에게 말했다.
“나 이제 막 살 거야.”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있던 초콜릿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해치우고, 호르몬 주사로 늘어진 뱃살을 줄여보고자 테니스 상담을 받고 왔다.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종일 누워 있다가 느지막한 저녁 닭발과 소맥을 먹었다.
원인불명의 난임.
어느덧 난임병원을 다닌 지도 반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임신이 한 번도 되지 않았다.
임신이 되었던 그때처럼,
유산을 몰랐던 그때처럼,
우리 부부는 TO DO LIST에서 ‘임신’을 제일 후순위에 놓기로 결정했다.
임신으로부터 잠시 쉬어가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