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유도제 복용과 자궁난관조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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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난임병원. 아침 8시 30분의 이른 시간인데도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들로 북적거린다. 또 손이 차가워진다. 혹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시작해야 하나, 아직 그만큼 간절하진 않는 것 같은데. 임신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건 정말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거다. 임신을 무척 하고 싶다가도, 남편과 둘이 사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만약 임신이 잘 유지되고, 아기를 무사히 지켰다면 이런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 지금의 이 힘든 시간도 내가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아이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지.’
난임병원은 정해진 프로세스가 있는 것 같다. 배란일을 잡아보고, 배란유도제를 써보고, 그래도 안되면 인공수정, 시험관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나는 배란일 잡아보기에 실패했으니 배란유도제를 복용하게 되었다.
내가 복용할 배란유도제 이름은 '페마라'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의 배란을 돕는 약이다. 오랜만에 초음파로 본 나의 난소는 다글다글 열매 맺은 포도처럼 보였다. 본래 한쪽의 난소에서 4-5개의 난포가 있어야 정상인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정상 기준보다 많은 게 보였다.
"제가 요즘 운동을 안 해서요, 그것 때문에 다낭성이 심해진건가요?"
"아니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겁니다."
선생님은 분명 나 같은 환자를 하루에 몇 십 명씩 만날 것이다. 운동을 안 해서, 음식을 가려먹지 않아서, 커피를 마셔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등등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예비엄마들을. '당신 탓이 아니다'라며 싹둑- 걱정의 꼬리를 잘라주는 선생님이 감사했다.
그리고, 7일 뒤 배란 전에 나팔관 조영술을 받기로 했다. 배란유도 이후의 절차는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인데,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나팔관 조영술 검사를 미리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아직 시술을 받을 생각은 없지만, 나팔관 조영술을 하고 자궁이 깨끗해져 임신에 성공했다는 카더라도 많으니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진료 후 처음으로 배주사를 맞았다. 인공수정, 시험관을 하면 집에서도 스스로 이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주사는 정말 따끔했다. 주사가방을 들고 앉아계신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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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방문 다음날부터 페마라를 2알씩 5일 동안 복용했다. 페마라는 부작용이 적은 약이라 심한 부작용은 없었으나 배란통이 정말 상세하게 느껴지고, 약간의 변비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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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마라 복용이 끝나고 이틀 뒤, 나팔관 조영술을 하러 다시 병원에 갔다. 자궁 내에 조영제를 주입해서 나팔관이 막히진 않았는지 보는 것이다. 지난번 대학병원에서 했던 자궁경과 같은 검사인 줄 알았는데 다른 거라고 하셨다. 무튼, 나팔관은 정상! 정상이어서 그런지 미미한 생리통 정도의 통증만 잠시 느껴지고 순식간에 검사는 끝이 났다.
“주기가 좀 길죠? 배란일 잡으려면 한 5일 정도 걸리겠네요. 5일 뒤에 보죠. “
아직 배란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배주사를 한 대 더 맞자고 하셨다.
“남편분 예전에 한 정액검사는 정상정자비율이 2%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액양과 운동성이 월등히 좋아요. 아내분 난관도 잘 뚫려있고, 임신이 되는 몸이니까 우리 천천히 해봅시다.”
임신이 되는 몸, 선생님의 말씀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부디 나의 난포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