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포주사와 숙제일
두근두근 난포 확인하는 날. 과연 얼마나 자랐을까? 처음 먹어본 배란유도제에 잔뜩 기대감을 안고 병원을 방문했다.
“자궁 내막 두께 아주 좋고, 오른쪽 동그란 난포 보이시죠?”
화면에 검고 큰 동그라미가 하나 보였다. 혹시 난포가 왼쪽 하나, 오른쪽 하나 두 개가 자라 쌍둥이를 갖는 건 아닌가 헛된 상상을 했었다. 하나뿐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스멀스멀 차올랐지만 하나만이라도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고 다음날인 4일과 다다음날 6일 저녁에 관계를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유산의 이력이 있으니 엽산을 3000mcg 이상 꾸준히 챙겨 먹고, 숙제 후 착상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자기 전 질정을 넣도록 처방을 해주셨다.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으면 36시간 이내에 배란된다고 했으니까… 오후 3시에 주사를 맞았으니 5일 새벽 세시에 배란되겠군!’
선생님이 지정해 주신 이틀만 관계를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냥 난포주사를 맞은 당일부터 매일매일 관계를 해서 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하루종일 맘카페에 들락날락거리며 매일 관계를 하는 게 좋을지, 이틀 간격으로 하는 게 좋을지 찾아봤다. 이전에 바로 된 임신들은 정말 운 좋게 한 번에 되었음을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언제 관계를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선생님 말씀대로 4일, 6일에 하길 원했다. 나는 주사를 맞은 당일에 하지 않는 것이 불안했지만,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두 번의 숙제 중 하나를 완료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5월 5일 저녁. 갑자기 배란점액이 끈적하게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확인을 해보니 투명하고 끈적한 점액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날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양가 부모님이 신혼집에 놀러 오신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 없이도 신나게 잘 노시는 부모님들 덕분에 비밀스럽게 관계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임신이 되면 아기 태명은 비밀이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킬킬거리며 잠에 들었다.
6일은 왠지 느낌상 배란이 끝난 것 같아 자체적으로 생략했고, 선생님께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라 하셨던 17일까지 신경 쓰는 듯 안 쓰는 듯 애매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배란 11일 차, 임테기에 손을 대버렸다. 증상놀이라고 하는 배콕콕이나 미열, 생리통 같은 뻐근함이 1도 없어서 임신이 아닐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 내 의심에 힘을 실어주듯, 임테기는 명확하게 1줄이 떴다.
파노라마처럼 지난 한 달이 지나간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하고, 자기 전 이상한 자세로 질정을 넣고 되지도 않은 임신을 유지시키려 한 내 모습들.
선생님이 테스트해보라고 했던 17일은 이틀이 남았지만, 거의 98%의 확률로 이번 임신시도는 실패했을 것이다. 내 몸이 말해준다.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분명 한번에 될 거라고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마음이 무너진다. 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