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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Sep 05. 2021

분실물이 있다면, 묻고 더블체크로 가! 프라도 미술관

세계 3대 미술관 프라도미술관 무료관람하는 방법

 어릴 적 브루마블 게임을 통해 국가 수도문제는 선행학습을 했건만 지금까지도 혼란스러운 몇 가지가 있다. 호주의 수도가 시드니가 아니라 캔버라라는 것, 스페인의 수도가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마드리드라는 것이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을 때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짰었고,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보다 볼거리가 많지 않아 오직 세계 3대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만을 위해 마드리드로 넘어왔다.

마드리드 교통권 구매하기 (카드 €2.5+10회권 €12.2=€14.7)


 니스에서처럼 교통권 당근을 하는 일이 없도록 문과생 부지런히 수학적 머리를 굴려 알뜰하게 구매하였다.

그리고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을 과감하게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 입장료가 무료인 저녁시간 (18:00~20:00)을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은 우리는 우선 마드리드의 광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광장이 그 광장인지 비슷비슷한 느낌의 마드리드 광장들
펠리페 3세 기마상

 광장 안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둘러싸고 있었고 도시 수호를 위해 세운 펠리페 3세 기마상을 제외하고 도통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여러 광장과 그다지 임팩트 없는 무난한 분위기였기에 서둘러 프라도 미술관을 향해 가기로 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고, 마드리드는 지친 체력을 끌어올릴 만큼의 한 끗이 없었다.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_C. de Ruiz de Alarcón, 23, 28014 Madrid, Spain)

프라도 미술관 도착!
입장 대기하는 중에 모래장난
월~토 (18시~20시) 일요일, 공휴일(17시~19시) 무료입장

 프라도 미술관의 무료관람 시간대인 저녁 6시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지만 줄을 선 수많은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긴 줄을 쉬어가는 타임으로 생각하고 커피 한잔을 기울이며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입장한 프라도 미술관에서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고,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 엄마표 유럽 워크북에 있는 작품을 위주로 관람하기 시작했다.


엄마표 유럽워크북_프라도 미술관



고야 특별전시
엄마표 워크북을 채워가는 중

 프라도 미술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기에 안타깝게도 기록을 남기지 못했지만 스페인의 3대 거장 엘 크레코, 벨라스케스, 고야의 작품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짧은 시간이 헛되지 않게 몰입해서 관람했다. 심지어 첫째 아이는 사람에 치여 고생했었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보다 훨씬 더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프라도 미술관만의 농후한 느낌이 있었다. 또한 한국 전시에서 만나지 못한 스페인의 거장 고야 특별전을 전시 중이어서 더 뜻깊은 관람이었던 것 같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자연스레 프라도 미술관 샵을 들렀다가 기분 좋게 나왔는데 뭔가 손이 허전하고 뒤끝이 찝찝한 기분이 이상했다. 그 자리에서 몇 번을 생각해봐도 아이들, 지갑, 가방 그 모든 것의 안전은 확인되었기에 프라도 미술관을 나와 야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프라도 미술관 출구
프라도 미술관 앞 고야 동상
 엄마, 참 수고했어요.


 둘째 아이가 내민 꽃에 내 어깨 위의 곰 세 마리가 사르르 녹았던 이 순간 정말 미처 깨닫지 못한 한 가지 사실,


산 헤로니모 엘 레알 (San Jerónimo el Real)

 미술관 옆 작은 성당에서 우리가 무사히 한국에 돌아갈 수 있기를 고사리 손 모아 기도했던 이 순간 조차

우리가 정말 깨닫지 못했던 한 가지는 바로 여행 가이드북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국어사전 두께만 한 여행 가이드북을 무겁지만 애지중지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유럽의 인터넷 환경에서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챙기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생각이 나다니!


 다음날 다시 방문한 프라도 미술관, 미술관 안내소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분실물이 있었는지 체크해달라고 이야기했고 확인해본 결과 분실물에는 한글판 여행 가이드북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에게 남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여행 가이드북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기에 다시 안내소 직원을 붙잡고 간절하게 이야기를 했다.


프라도 미술관 샵 안으로 입장하게 허락만 해준다면,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돌아오겠다.

프라도 미술관 샵

 관계자는 나의 몇 번의 간곡한 부탁에 짐 보안 통과를 한 후 입장하게 허락해주었다. 프라도 미술관 샵 안으로 들어간 나는 샵에 있는 계산대로 가서 혹시 어제 분실물이 없었는지 물었고, 내 가이드북을 내민다. 아마도 내가 샵에서 결제를 하면서 가이드북을 내려놓았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가이드북을 찾아 돌아오자 미술관 안내소 직원은 엄지를 추켜올리며


You Win!


 이것이 한국인의 근성이란다.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나의 여행 가이드북은 이탈리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하고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옆을 지키고 있다. 분실물 센터에 없다고 그냥 포기하고 돌아섰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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