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1882년 건축가 비야르가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계획했으나 1883년 젊은 건축가 가우디가 인수하여 1926년 전차에 치여 사망할 때까지 40여 년 동안 반평생을 바친 미완의 작품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바르셀로나의 심장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건설 초기에는 후원금으로 지어졌으나 지금은 관광객의 입장료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고 있으니 우리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설에 기여한 것이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발길을 서둘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아이들의 눈에는 옥수수 기둥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보면 귀곡산장의 느낌으로 괴기할 법한 모습의 성당의 외부는 여태껏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가우디의 독특함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예약한 시간대에 줄을 서서 들어가 오디오북을 대여하고 오디오북 설명에 따라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며 관람을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내가 울지는 꿈에도 몰랐지.
오디오북 대여 완료
크게 3개의 파사드(메인 출입구 정면)에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스도의 수난' '그리스도의 영광'을 표현하고 각 파사드에는 각각 4개의 탑을 세워 총 12개의 종탑(옥수수 모양)을 세웠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신비롭다 못해 몽롱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단순하고 짧게 느낀 첫 느낌은
단연, 성스러움의 끝을 보여준 가우디는 정말 천재적인 건축가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울려 퍼지던 'Ave Maria'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성당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던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성스럽게 울려 퍼지던 아베마리아. 갑자기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왠지 몰라도 가슴이 저릿하게 차오르던 눈물이 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들 몰래 눈물을 닦으려고 성당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아베마리아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자니 깜깜했던 내 눈앞에 친정 엄마의 장례식이 오버랩된다.
네 살 배기와 10개월 둘째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었던 그 치열했던 2013년 봄, 마음의 준비를 할 세 없이 내려졌던 엄마의 말기암 선고, 예순 가까이 평생을 무교로 지내던 당신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내드리고파 새언니의 권유로 받았던 병자 세례. 묵주를 잡고 이제는 마음 편하다 하시더니 며칠 후 영원한 안녕을 고했지. 엄마의 장례식에 들른 남천성당. 키 높은 예배당 문이 열리고 엄마의 관이 예배당 중앙통로를 지날 때 성당 창문을 통과한 따뜻한 햇살은 눈물이 범벅된 내 얼굴에 쏟아졌고, 우리를 알지 못하는 성도들이 모두 일어나 엄마의 마지막 길을 인사했다. 그 따뜻함을 잊지 못해 성당에만 들어서면 마음 먹먹해지는 그 사무치는 슬픔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벤치에서 눈물로 떨어진다.
그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감쌌던 오묘한 공기와 분위기, 눈물이 차오르던 그 벤치 그 추억으로 오늘을 살아본다. 그리고 안부를 묻는다. 안녕. 엄마.
2006년 파리 샤틀레 극장 조수미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중 조수미는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만인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음악가가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만류로 귀국 비행기를 포기하고 무대를 올랐고 본 공연을 모두 소화한 후 관객에게 아버지의 부음을 전하고 아버지에게 헌정곡으로 슈베르트의 'Ave Maria'를 부른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수 있는지 이 공연을 볼 때마다 숙연하고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