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즐긴 파리 벼룩시장 A to Z
엄마와 아이들 어느 쪽이 희생되지 않은 일정이자 '아이에게 맞춘' 미술여행을 위해 '엄마 사람을 잊은' 여행을 하기 싫어 선택한 유럽 마켓(벼룩시장) 투어는 런던 마켓을 기점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긴 일정이 되었다. 그 지역의 생생함이 살아 숨 쉬는 마켓을 구경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살아보는 여행'의 핵심인 것이다.
파리의 벼룩시장은 주말에만 장이 서기에 일정을 짤 때 무조건 주말은 벼룩시장 일정을 위해 비워두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즐긴 파리의 벼룩시장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방브 벼룩시장(Marche aux Puces Vanves_34 Av. Marc Sangnier, 75014 Paris, France)
방브 벼룩시장은 오전 일찍 오픈하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였다. 잘만 고른다면 값진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하였지만, 시티 맵퍼 맵은 도통 마켓이 서는 분위기가 아닌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비 오는 파리의 오전, 다소 우중충한 동네의 분위기로 선뜻 길을 물어보기도 무서울 정도였으나 벼룩시장은 가야 하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볼 참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드물었던 찰나에 막 우리를 지나치는 흑인 아저씨에게 소심하게 길을 물었더니 영어를 못하니 영어를 하는 친구에게 가자는 듯 손짓한다.
아. 뭔가가 불안한 건 나뿐인 건가?
마트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점원에게 우리를 도와달라고 이야기해주시는 아저씨. 중요한 건 마트 직원 또한 못 알아들을 이야기만 하고, 결국 목마른 우리가 우물을 파기로 했다. 구글맵을 동원해서 다시 검색을 하였고, 몇 블록을 건너 건너다보니 벼룩시장 느낌을 풍기는 행렬이 눈에 띄었다. 드디어 방브 벼룩시장을 찾았다!
날씨 탓이었는지 낭만을 기대했던 방브 벼룩시장의 초입은 다소 거친 느낌이 있어 선뜻 구경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나의 소심한 망설임도 잠시! 벼룩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 눈앞에 펼쳐진 방브 벼룩시장의 풍경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낯섦을 단번에 정겨움으로 바꿔주는 찰나의 순간!
아기자기한 빈티지 단추부터 빈티지 인형 그리고 네임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이쁜 아이템들에 아이들과 나는 극도의 경계심은 단번에 무장해제되었다. 폭풍 K-리액션을 무한 반복하며 방브 벼룩시장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빈티지는 이런 거란다'라며 의류, 신발, 은식기, 액세서리, 고미술품 등이 진열되어있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즐거움을 주었고, 구경하는 노신사의 뒷모습마저 이 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너무나도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짐 지옥이 두려워 접시 두 개만 소중하게 담아왔다. 영국산 빈티지 접시가 단돈 6유로인데 어찌 안 사고 배기겠는가?
생 투앙 벼룩시장(Marche aux Puces Saint-Ouen_93400 Saint-Ouen)
생 투앙 벼룩시장도 방브 벼룩시장과 같이 초입에는 다소 거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군수용품이나 짝퉁 브랜드가 즐비하는 난장을 지나 골목골목 상점들이 이어져있는 본격적인 생 투앙 벼룩시장이 시작되었는데, 방브 벼룩시장에서 느꼈던 프랑스의 진한 빈티지의 여운을 생 투앙 벼룩시장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나라의 동전들과 낡아서 더 멋스러운 빈티지 카메라와 시계, 은식기류 들을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하나의 매장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벼룩시장의 국룰! 흥정을 위해 둘째 딸아이의 애교 섞인 말로 가격을 흥정할 참이었는데 아이는 하지 않겠다 쭈뼜거렸고 주인은 눈을 피하며 절대 깎아주지 않았다. 빈정이 상해 사지 않겠다 마음먹고 돌아섰지만 골목골목 걸어도 온통 그 접시 생각뿐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다시 들어가 결국 사온 빈티지 접시는 나라를 이동하며 행여나 깨질까 애지중지 모셔다니느라 고생 꽤나 했지만 여전히 잘 샀다고 생각이 든다.
2020년 2월 2일 일요일
오늘은 생투앙 벼룩시장을 갔다. 벼룩시장에서 진짜 예쁜 물건을 봤다.
엄마가 가격을 보았는데 너무 비싸서 나보고 깎아주라고 말해라고 했다.
내가 못하겠어요라고 하니 엄마가 깎아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실패했다.
둘째 딸아이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