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탄젤로 성 (Castel Sant'Angelo_Lungotevere Castello, 50, 00193 Roma RM, Italy)
산탄젤로 성을 출발할 때부터 먹구름이 끼더니 도착하자마자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얕잡아보던 유럽의 빗줄기는 굵어지기 시작했고 눈앞에 보이는 성을 뒤로하고 잠시 다른 건물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지다 가늘어지다를 반복하다가 비를 맞을 수 있을 정도로 그친 뒤에야 산탄젤로 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뭐 로마의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 비 오는 상황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었다.
원통형 모양의 산탄젤로 성은 천사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천사 성이라고 이름이 불리는데 감옥으로도 사용되기도 한 요새였다. 입장하기 전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간 산탄젤로 성의 꼭대기에 오르니 로마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을 뚫고 나오는 통쾌함은 로마의 안 좋은 인상을 씻겨주었고,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었다.
먹구름이 걷히는 사이사이 틈을 비집고 나오는 햇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로마의 전경을 보고 있자니 여행의 피곤함이 사르륵사르륵 녹아든다. 산탄젤로 성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로마의 이 순간만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다.
로마는 산탄젤로 성에서 통했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테르미니역에서 새똥을 맞고 산탄젤로 성에서 새와 함께 사진을 찍는 수미쌍관을 연출한 이 날은 로마의 마지막 날이자 우리의 유럽 미술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안녕 로마.
안녕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