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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Mar 19. 2017

3/19 수업교실 첫 만남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부터 교수학습법 업그레이드, 수업설계까지

 서울에서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수업교실 모임에 가기 위해 호기롭게 5시 50분 기차를 예매했다. (대현샘이 그렇게 미리 못 탈거라고 이야기했는데도 고집을 부렸다ㅋㅋ) 하지만 역시 무리. 어제 승진안행(승진 안해도 행복할 선생님)에서 박순걸 교감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토크 콘서트도 참여하고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숙소인 표충사 근처 펜션에서 밀양역까지는 30분 정도. 눈 떠보니 5시 10분이어서 빠르게 5시 50분 기차를 포기하고 6시 53분 기차를 예매했다. 

 수업을 배우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수업교실을 신청하긴 했는데 그 새벽에 일어나서 서울 가려고 하니 어찌나 서글프고 가기 싫던지. 현재의 나에게 이런 책임을 짊어지게 한 과거의 내가 밉기까지 했다. 기차 안에서 3시간 가량을 거의 기절하듯 자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나는 왜 이러고 사는 거야' 이러면서 혼자 궁시렁궁시렁거렸다. 진짜 딱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느낌. 그래도 '일단 하기로 맘먹었으니 가자!'고 생각하고 인디스쿨 공간으로 향했다. 


  

양은석 선생님께서 체계적 교수법의 구조에 대해 강의하시는 중



좋은 수업을 위해 필요한 것, 나에게 지난 1년의 수업은?

 10시 쯤 도착했더니 이미 이름표를 가지고 친구 사귀는 활동과 나의 교육관에 대해 써보는 활동을 한 상태였고, 좋은 수업을 위해 필요한 것 4가지를 P-D-S-A로 설명하고 계셨다. Plan(계획하기)-Do(실천하기)-See(수업 보기)-Analyze(분석하기). 계획하기와 실천하기는 그래도 잘 되는데 수업 보기와 분석하기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이야기하시면서 앞으로 우리가 수업을 함께 많이 나누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지난 1년의 수업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모둠원들과 생각을 나누었다. 나는 막상 한 마디로 지난 1년의 수업을 표현하려니 어려워서 "열심히 했지만 잘한 건지 잘 모르겠다 싶은 것"이라고 했다. 작년 한 해, 비록 하루살이같긴 했지만 적어도 전날에 교과서를 미리 펼쳐보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어떻게 수업할지도 생각해보았었다. 하지만 하루살이처럼 단편적으로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체계성이 부족했던 것 같고, 인디스쿨에서 받은 자료들을 주로 활용하다 보니 내가 수업을 준비했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이 준비한 수업을 공유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고민들 때문에 수업교실을 신청했다. 근데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혁신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도 제대로 하시고 수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셔서 왠지 좀 부끄러웠다. 나만 잘 못하고 있었나 싶은 느낌. 그래서 나는 인디스쿨 자료 받아서 많이 쓰고 전날에 하루살이처럼 수업 준비하고 그랬는데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다들 하루살이에 격한 공감을 해주었다. 나만 하루살이는 아니었나 보다.



왜 수업을 잘하려고 하세요?

 이 질문에 대해 5번 정도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고, 그 답을 포스트잍에 썼다. 되게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왜 수업을 잘하려고 하는가. 왜 이 공부를 하려고 모였는가. 요즘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명확한 답을 찾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학급운영 공부를 하는 것도, 수업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교실에서 아이들과 더 행복하고 싶어서다. 이왕이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좀 더 수월하고 편하게. 공부를 이렇게 하다 보면 처음엔 많은 에너지가 들더라도 점점 익숙해져서 나도 편하면서 아이들도 안전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에 대해 쓴 분들이 많아서 좀 놀랐다. 


결국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모였구나.

행복, 자존감, 즐거움, 재미, 보람 등의 의견이 있다.



나의 올 한해

 학급에서 교사로서 삶의 수레바퀴를 그려보면서 내게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시각화했다. 그리고 올 한해 다짐을 썼다. 나는 호기롭게 '수업을 언제든 당당히 공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음가짐 갖기'라고 썼다ㅋㅋㅋ 꼭 다양한 교수전략과 화려한 수업운영기술을 겸비하지 못하더라도 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누가 보러 온다고 해도 쫄지 않고 떳떳할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업에 있어 늘 당당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둠의 다짐



교수학습법 업그레이드

 4가지 학습방식(VAKI)와 전달방법, 다중지능을 활용한 학습활동, 4MAT 시스템 등을 배웠다.

 - 4가지 학습방식(VAKI) : 시각(Visual), 청각(Auditory), 체감각(Kinesthetic), 지성(Intelligence)

   따라 말하면서 동작도 함께 해서 재밌었다. 동작 같은 요런 게 소소한 재미다.

 - 다중지능을 활용한 학습활동 : 이것도 VAKI 안에서 세분화된다. 시각-공간, 언어-언어학, 음악-율동 이런 

   식으로. 다양한 활용 방법 예시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막상 수업하려고 하면 늘 쓰던 방법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이런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4MAT 시스템 : Why?(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것), What?(사실과 정보를 원하는 것),  How?(활동하기를

   원하는 것), What if?(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 학습의 4단계와 연결하면 준비-

   강의, 발표-실습, 나눔-적용 순이 된다. 



그리고 학년별 수업 설계

  학년별로 모여서 실제로 수업설계를 해보았다. 기존의 교수학습 과정안 틀이 아닌 양은석 선생님께서 만드신 틀로. 우리 3학년은 네 명이다. 나승빈샘, 정호중샘, 이슬샘, 나. 앞으로 1년동안 함께 할 팀이다. 팀원들이 모두 참 좋다. 수업설계 활동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1) 공동의 주제로 - 협업(30분)

  2) 공동의 주제로 - 각자(15분) - 모둠별 나눔을 통해 한 개의 계획서 작성(15분)

 처음부터 혼자 하면 어려울 수 있어서 협업으로 시작했다. 협업하면서 참 좋았다. 혼자 수업을 고민하고 설계할 때는 막막하던 것들이 함께 하니까 정말 수월했다. 우리끼리 "이렇게 수업 짜면 금방 짜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역시 집단지성의 힘. 지금의 문화에서 수업을 나누고 공개한다는 마음을 먹기가 어렵지, 막상 수업을 함께 고민해보니 참 좋았다. 뭔가 든든하기도 하고.

 이번 수업교실 모임에서 가장 크게 얻어가는 건 바로 이런 생각의 전환과 깨달음인 것 같다. 수업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니까 참 좋구나, 나도 나름대로 교실에서 여러 가지 활동들로 수업을 잘 채워왔구나 하는 것.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수업 설계한 것을 나누기 전에 양은석 선생님께서 3가지 유의사항을 알려주셨다. 1. 비판하지 않기, 2. 아이디어를 더해주기(경험, 생각), 3. 장점 칭찬하기. 이 세 가지 유의사항을 지키며 피드백을 서로 나누니 수업 아이디어는 풍성해지고 분위기는 훈훈해졌다.




 교실로 돌아가서 실천하기

두둥! 숙제다. 그것도 매달 해야 하는 숙제!

 3공 파일을 선물로 받으며 과제도 함께 받았다. 설계도를 작성해서 사람과 교육 연구소 수업교실 학년 홈페이지에 올리고 동학년팀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실행해본 뒤 실행과정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수업을 해본 뒤 스스로의 피드백까지 첨삭해서 하나의 글로 완성. 다음달에 올 때 30부 복사해오기까지. 이걸 2개 이상 해야 한다.

 나승빈샘이 우리 3학년은 3학년이니까 3개 이상 하자! 한 5개씩은 해서 3학년만 따로 사례집 내자 해서 빵터졌다. 그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이런 과제를 매달 하다 보면 팀원들이랑 친해지고, 수업설계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걱정되면서도 기대된다. 아침까지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역시. 수업교실에 가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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