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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Sep 17. 2017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

2017.9.16.-17. 부산, 경남, 울산 행복교실 에니어그램 워크샵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어떤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주로 어떤 말을 하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또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예전에 썼던 다이어리를 읽는 게 취미인가 싶을 만큼 내가 썼던 일기를 잘 꺼내본다. 너무 재밌다. 또 내가 알지 못했던 내 모습에 대해 아는 게 신기하고 색다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습에 대해 알려주면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청소년문화회관에 가서 심리검사하기를 즐겼다. 심리검사라는 심리검사는 종류별로 다 해보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가 또 혹시나 변했을까,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서 했던 검사를 또 하고 또 하곤 했다.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에니어그램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의 지혜도 읽고 작년에 행복교실에서 했던 에니어그램 워크샵도 정말 재밌게 참여했었다. 그 때 1단계 워크샵을 이미 했기 때문에 1단계를 또 한다는 게 좀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지루한 걸 싫어하는 7번 유형) 지역모임 강사로서 우리 모임 사람들과 함께 참여한다는 점, 이전에 검사했을 때에 비해 나는 얼마나 변하고 성장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1. 워크샵 과정

 - 애니어그램 개관, 힘의 중심별 토의

 간단히 애니어그램에 대해 개관하고 힘의 중심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장 중심, 가슴 중심, 사고 중심으로 나누어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사례를 들어 나의 힘의 중심을 찾아보고 그에 대해 힘의 중심별로 토의를 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하는가?" 장 중심이라면 '누가 그랬어?!', 가슴 중심이라면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 사고 중심이라면 상처를 아물게 하고 해결할 방법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불이 났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대번에 일단 대피로 찾아야지, 수건에 물 적셔야지, 119 신고해야지, 불 어디서 났는지 확인해야지, 소화기 찾아봐야지 이렇게 대비할 생각이 가득해졌다. 사고 중심. 장 중심은 당장 나간다고 한다. 뭐 있어? 이러면서. 가슴 중심은 119도 부르고 살 궁리를 하지만 옆 사람을 먼저 챙긴다. 이렇게 힘의 중심별 토의를 하고 각 유형들의 성격을 개괄적으로 쭉 훑어보았다.


 - 실습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유형들을 개괄적으로 훑어보면서 내 유형인 것 같은 쪽으로 선택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각 유형끼리 1) 나의 긍정적 특성, 2) 부정적 특성, 3) 내가 자주 강렬하게 느끼는 감정, 4) 나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5) 내가 가장 원하는 것, 6) 내가 가장 피하고 싶고 두려운 것에 대해 토의했다. 그리고 2절지에 정리했다. 다른 유형들은 1번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모둠은 6번 쓰고 있었다.(시작하자마자 펜잡고 그냥 쓰지 뭐! 하고 시작해서 후딱 끝내고 진짜 완벽하다며 자기만족함) 그리고 2절지에 정리한 내용들을 지니샘과 함께 살펴보았다.

내 글씨다, 히히


 - 에니어그램 유형 인터뷰

 장 중심부터 시작해서 8, 9, 1유형, 가슴 중심인 2, 3, 4유형, 마지막으로 사고 중심인 5, 6, 7유형을 인터뷰했다. 사실 이게 나는 힘들었다. 분명 각 유형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게 가장 생생해서 유형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겨웠다. 지겨운 걸 못 견디는 나는야 7번 유형.

 장 중심 인터뷰하는 데 2-3시간, 가슴 중심 인터뷰하는 데 2-3시간, 사고 중심 인터뷰하는 데도 2-3시간 걸린 것 같다. 1박 2일 워크샵동안 이 에니어그램 유형 인터뷰가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지겨운 거 못 견뎌하면서도 긴 시간 끝까지 자리를 지킨 내가 대견하다.


 - 에니어그램 검사 & 검사 해석

 검사지로 직접 검사해보는 시간. 내가 지금 어떤 유형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내 상태는 어떤지 궁금해서 가장 기대됐던 시간이다. 전과 생각도 상황도 달라진만큼 변화가 조금 있었다. 에니어그램은 시작이다. 내가 어떤 유형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날개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서 더 다양한 유형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를 조금 떼어놓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 치유의 시간 EFT

 지니샘이 순간 허경영처럼 보이는 시간(ㅋㅋㅋ). EFT 홍보 영상을 보면 진짜 뭔가 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내가 감정이 정말 좋지 않았을 때 EFT로 약간의 치유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지쳐서인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EFT보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명한 떡볶이집에서 먹은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이 나를 더욱 크게 치유해주었다.

뜬금없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나를 치유해 준 다리집 떡볶이ㅋ




2. 워크샵하며 생각한 것

 - 내가 진짜 7번 유형이구나 : 나는 사실 가슴 유형 아닐까도 심하게 고민했었다. 그 정도로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거나 관심을 받는 데 굉장히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근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날 싫어하면 별 수 없지' 생각하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사람을 되게 잘 챙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챙겨야지 챙겨야지 의식하며 그렇게 하는 거고, 실은 사람 챙기는 데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고 나 재밌는 거만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알아차렸다. 진짜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열중하고 알아서 챙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성격 하위 유형 중 내가 SE여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다리를 흔들거나 길어지는 인터뷰가 지겨워 뒤로 나와 딴짓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7번을 쓰고 있네...라고 생각했다.


 - 우리 모임 사람들이 정말 좋다 : 내가 우리 모임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우리 소행성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나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8번을 많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알아차림이 좋았다. 내가 우리 사람들을 참 아끼고 챙기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오히려 나를 든든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 또 '매력적인 당신을 더 알아가고 싶어요.' 카드를 건네받았을 때, 나의 에너지가 정말 좋아서 닮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지를 보내주며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뭔가 새로운 느낌의 따뜻함을 느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기쁘다.

워크샵 참여했던 우리 소행성 멤버들과 지니샘
역대급 뒤풀이 - 대학교 앞에선 대학생처럼 놀기


 - 사람은 진짜 다 다르다 : 전에 에니어그램 워크샵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당연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에니어그램에 대해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서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진짜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창문이 조금 더 깨끗해진 느낌이랄까.




3. 얻은 것, 나아갈 방향

 - 일을 줄이고 우선순위를 세워 더 집중력있게 해야 한다 : 원래 7w6인 내가 6은 낮게, 오히려 8은 높게 나왔다. 그래서 지니샘이 검사지를 보며 리더쉽도 발휘하고 있고 열심히도 하고 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지쳐있다.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좀 더 우선순위를 세워서 집중력 있게 해보면 좋겠다고 하셨다. 근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다 재밌다. 좀 많아서 살짝 지친다는 느낌은 들지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가장 하고 싶은지 지금 당장은 헷갈리는 느낌이다.


 -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 :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불확실한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데 그냥 내가 이런 감정으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알지 못하는 것, 애매한 것, 불확실한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구나, 그래서 불안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하는 걸 조금이나마 인지했다.


 - 온전한 나, 행복한 나, 더 건강한 내가 되고 싶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 : 지니샘과 이야기 나누면서 지니샘도 사실은 애니어그램 하위 유형 중 SE라는 걸 알게 되었다.

   * SP는 자기보존-생존, 자기 가족에 대해 큰 관심, SE는 성적본능-사적이고 일대일 관계, 재밌는 대상에 큰 관심, SO는 사회적 본능-단체나 지역 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지니샘이 SE라니!!! 완전 SO 같은데!!! 알아차리고 공부하고 개인적인 욕구가 채워지고 충만해지면서 SP도, SO도 성장하게 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셨다고 했다. 나도 진심으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재밌고 행복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나는 SE가 내 기질인 것 같은데... 그럼 이 기질대로 그냥 살면 되는 건가, SO 같은 마음은 가질 수 없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기본 하위 유형이 SE임에도 끝없이 넓은 지니샘을 보며, 나도 더 충만해져서 마음의 충만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그리고 단체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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