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현 Feb 09. 2018

엄마의 요리수업 #3. 오뎅탕

맛내기 소스 없이도 떠먹는 걸 멈출 수 없는 궁극의 국물맛

 지난주 수요일, 엄마의 요리수업 #2. 맛간장 만들기가 카카오채널 푸드 부분에 게시되어 조회수가 폭발했다.(지금 맛간장 만들기만 누적뷰가 22,000 *_*)  기쁜 마음에 어머니께 이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어머니께서도 뿌듯하셨는지 이리저리 친구분들께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요리수업은 선뜻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셨다. 부담 가지지 말고 그냥 우리가 먹고 싶은 거 해먹으면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메뉴 선택에 고민이 많으셨다. 그 때 생각난 게 바로 이 오뎅탕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너무나 사랑해 온 엄마의 오뎅탕.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한결 같은 맛. 한 번 국물을 퍼먹기 시작하면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맛. 겨울에 오뎅탕만한 게 없다 싶어 오뎅탕을 하자고 했더니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셨다.(어묵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늘 우리집에서 불러오던대로 편의상 오뎅탕이라는 단어를 쓴다.)




 기본재료여러 어묵이 종합으로 든 것 2봉지(370g 2봉지니까 이 정도면 4인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파 반 대, 청양고추 5개(취향 따라 조절)다. 어묵, 대파, 청양고추! 세 가지면 된다. 하지만 국물맛을 좌우할 멸치육수를 위해 필요한 재료가 있다. 멸치(띠뽀리, 다시멸치를 섞어서 한 줌 정도), 다시마, 무 1/5개. 그리고 간은 소금, 후추, 진간장을 사용한다.


 요리수업 #1. 칼제비를 만들 때도 그랬지만 맛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멸치육수이다. 오뎅탕도 멸치육수가 깊은 맛을 낸다. 칼제비를 만들 때 멸치육수 끓이는 과정이 나오지만 복습 차원에서 멸치육수 끓이는 것부터.


 먼저 멸치를 볶는다. 얼만큼? 노릇노릇하게 되도록. 볶는 이유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이번에 멸치육수를 낼 때는 어떤 멸치를 사용해야 하는지도 여쭤보았는데 다시멸치와 띠뽀리를 섞어서 쓰면 된다고 하셨다. 띠뽀리? 하고 물음표를 띄웠는데 그런 국물내기용 멸치 종류가 있다고 한다.


통통한 멸치들이 노릇노릇해짐


 멸치가 노릇노릇해지면 물을 붓는다. 그리고 팔팔 끓인다. 물은 육수가 필요한만큼 넉넉히 넣는다.


쏴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물붓기


 그동안에 무 1/5개 정도를 잘 씻어서 겉부분을 깎아낸다. 그런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꼭 1/5개 아니라도 적당히 넣어주면 된다. 겉부분 깎고 깍뚝썰기하기.


함께 냄비에 넣어 보글보글 끓여주면 끝! 다시마끓기 시작하면 넣고 5분 정도 끓인 뒤 건져낸다.(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쓴 맛이 난다고 한다.) 무와 멸치는 더 오래 끓여줘도 괜찮다. 그럼 멸치육수가 노르스름하면서도 뽀얀 색이 된다.


다시마까지 넣고 보글보글


 오른쪽에는 계속 육수를 끓이면서 왼쪽에 오뎅탕 끓일 준비를 했다. 국자로 건더기는 빼고 국물을 덜어서 왼쪽 냄비로 옮겼다. 뚝배기에 하는 것도 보기 예쁘고 맛있는데 우리집은 인덕션을 사용해서 인덕션이 되는 냄비를 사용했다. 이렇게 오뎅탕을 끓이기 위해 왼쪽으로 육수를 옮겨담고 육수 끓이던 오른쪽 냄비에는 물을 더 보충해서 더 많은 육수를 만들었다.(이렇게 하니 더 많은 육수를 끓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모자라면 바로바로 보충하면 된다 옆에서. 진짜 오랜 집밥 요리사의 노하우.)


오른쪽 냄비에 육수 끓이면서 바로 요리 시작. 모자라면 바로바로 보충해요.


 그럼 이제 오뎅탕에 들어갈 재료들을 준비한다. 첫 번째 재료는 오뎅. 일부러 종합으로 여러 모양 든 어묵을 샀다. 어묵들을 먹기 좋게 잘라준다. 원통모양의 오뎅은 비스듬이 썰어주고, 사각오뎅은 네모로 자르거나 세모로 자른다. 취향대로.


사각오뎅은 네모나 세모로, 원통모양 오뎅은 비스듬이


 두 번째 재료는 대파...인데 어디서 났나 했더니 양파에서 자란 양파의 파였다!!! 먹을 수 있는 양파에서 난 파니까 당연히 먹어도 된다며 싹둑 잘라 깨끗이 씻으시는 어머니. 약간 충격받았다. 오뎅탕 먹고 나서도 탈 나지는 않았으니 못 먹는 것은 아닌 것 같긴 한데. 혹시 아시는 분?;;


충격적이어서 일부러 양파에서 자란 파 모습을 찍어두었다.


 청양고추도 깨끗이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5개를 넣었지만 취향에 따라 더 넣거나 덜 넣어도 된다. 그럼 재료 손질 끝!


대파도 송송, 청양고추도 송송


 멸치육수에 오뎅을 넣고 끓인다. 육수가 모자라면 오른쪽에 육수 끓이던 냄비에서 체에 걸러 바로 보충하는 센스.


오른쪽 육수 냄비에 있는 육수를 체로 걸러가며 바로바로 넣어줬다.


 오뎅을 넣고 끓이면서 대파와 청양고추도 넣는다. 5개 넣었을 때 아주 맵지는 않고 살짝 칼칼하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처음에 5개 넣는다고 하셨을 때 너무 많다 싶었는데 끓여놓고 보니 내 입맛에 아주 적당했다.



 이제 간타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간장 약간으로 간을 한다. 소금 간을 하는데도 간장 간을 하는 게 좀 신기했다. 간장은 국간장 말고 진간장으로 해야 한다. 소금과 후추는 한 꼬집 정도(요고는 적당히 넣어가면서 맛보기), 간장은 1티스푼 정도. 그래도 꼭 간은 맛을 봐가면서 하기!


소금, 후추, 진간장으로 간하기. 맛을 봐가면서 해야 망하지 않는다.


 오뎅이 좀 퍼졌다 싶으면 요리 끝! 그릇에 담아서 냠냠하면 된다. 좀 더 보기 좋게 예쁜 냄비에 담아냈다.


다시 봐도 군침 도는 우리집 오뎅탕




 그리고 엄마와 마주 보며 식사. 너무 맛있어서 한 번에 거의 다 먹어치워버렸다. 국물을 한 번 맛보면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요리수업이라고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마다 엄마와 시간을 가지니 좀 더 각별해져서 좋고, 맛있는 걸 먹어서 좋고, 요리 배워서 좋고! 1석 3조다. 다음주 요리수업도 기대된다.


엄마와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요리수업 #2. 맛간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