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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Jul 04. 2021

4컷 생각 #75 임신은 처음이라 3 - 기형아 검사

내가 선택한 검사는

기형아 검사는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신경관 결손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태아를 확인하는 검사인데 이 검사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선별  확진 검사다.


선별 검사는 엄마의 피를 뽑아서 확인하는 검사이고, 확진 검사는 배를 찔러 태아 근처에서 조직이나 양수를 직접 뽑아내어 확인하는 검사이다. 확진 검사는 DNA를 바로 검사하는 거라 정확하나 유산이나 감염의 위험이 따르고, 선별 검사는 위험하지 않으나 부정확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산모들은 선별 검사를 선택한단다. 확진 검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확진 검사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확진 검사를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 상의해보니 일단은 선별 검사를 받아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확진 검사를 하기로 했다.


내 나이가 출산일 기준 만 35세 이상이기 때문에, 고령산모이다.  이럴 경우 다운 증후군과 같은 기형아가 생길 가능성이 높단다. 보통 고령산모들에게는 니프티(NIPT)를 권하게 된다고 한다. 기본 기형아 검사를 하면 '나이에 의한 고위험군'이 무조건 나오기 때문이다. 니프티에서는 그게 안 나온단다. 그래서 나도 역시나 니프티를 권유받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인데 선별 검사라 정확성이 확진 검사에 비해 떨어진다길래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나보다 출산일이 조금 앞서 있는 친구와 의논해보니, 목덜미 투명대 검사(NT)라는 것을 해보고 결정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목덜미 투명대 검사를 11주쯤 하는데 그때 정상 범위가 아니면 바로 '융모막 검사'를 하러 가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정상 범위는 3mm 미만인데 2mm 이상만 되어도 가 봐야지 생각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가의 목덜미 투명대가 0.95mm였다. 아주 정상이라 너무 기뻤지만 다시 헷갈렸다. 이러면 '융모막 검사'는 하지 않는 게 나은가? 인터넷도 많이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한 끝에 기본 기형아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니프티를 하라고 권했지만, 기본 기형아 검사에서 니프티를 사든 기본 기형아 검사를 하든 수치가 안 좋으면 당연히 '양수검사'를 할 거라서 일반 기형아 검사로 결정했다.


기본 기형아 검사는 1,2차로 나뉘었다.(니프티는 11주쯤에 한 번 검사한단다.) 1차에서는 다운증후군을 확인하고 2차에서 애드워드 증후군과 신경관 결손을 확인했다. 1차 검사는 11주 차에 목덜미 투명대 검사를 한 날 피를 뽑았고, 2차 검사는 15주 차에 다시 피를 뽑아서 검사했다.


모든 결과가 나오는 16주, 그날이 시험관 시술 병원을 졸업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최종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류를 살펴보니, 기형아 확률이 아주 낮았다. 좋은 수치에 매우 기뻤다. 하지만 역시나 '나이에 의한 고위험군'이라는 글자는 찍혀있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출산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소견서에 '나이에 의한 고위험군으로 양수 검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써 주셨다. 수치가 좋아도 의례적으로 쓰시는 것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양수 검사가 가능한 기간까지 계속.(검색해보니 보통 15~20주 사이에 한단다.)

 

양수검사를 할까 말까?


결론은 안 했다. 결과지를 분석해 놓은 사람들의 글도 찾아보고 물어도 보고 며칠을 고민하고 결정했다. 계속 찾아봐도 수치가 매우 좋아서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상황을 의논한 또 다른 친구에게 들은 말, '아가는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야,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걸 믿으라고 예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수치가 좋잖아~엄마가 믿고, 불안해하지 않을게. 잘 자라고 있어줘서 고마워"

하고 배를 쓰다듬으면서 우리 아가에게 말했다.


시험관 병원을 졸업하는 날, 출산 병원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20주쯤 오라고 했다. 20주가 되어서 방문을 했고, 수치를 보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이에 의한 고위험군만 나왔네요. 수치는 좋고, 양수 검사 안 했죠?"하고 물으셨다. 수치상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뉘앙스였다. 그 말을 듣는데 그동안 믿기로 했지만, 뭔가 내 속에 아주 조금 남아 있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뻤다.


우리 부부는 2명의 아이를 계획하고 있는데, 둘째 때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되겠지? 부부 모두 나이가 들어서 더 고민이 될 것 같다. 그때도 목덜미 투명대를 확인한 후 이런 식으로 결정할 것 같다. 어쩌면 이번과는 다르게, 니프티를 하고 수치를 보고 결정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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