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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Jun 17. 2021

4컷 생각 #74 임신은 처음이라 2 - 입덧(2)

소화불량

나의 입덧은 4주 0일 차부터 시작되었다. 그날은 아기집을 확인하러 간 날인데, 차에 있는 방향제 냄새가 맡기가 힘들었다. 평소에는 향기롭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날 진료를 받고 점심으로 치킨, 스테이크에 김밥까지 폭식을 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만찬이었다.


이틀 후부터는 라면 냄새를 못 맡겠더니, 엄청 좋아하던 고기 굽는 냄새도 힘들었다. 남편이 라면을 먹으려면 주방이 아닌 방에 들어가서 전기포트로 끓여서 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큰 길가에 고기 굽는 식당 앞을 지나가지를 못해서 식당이 없는 작은 골목들로 다녀야 했다. 임신하기 전에는 '어떻게 맛있는 음식 냄새를 못 맡지?' 하던,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을 내가 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화불량이 계속되었다. 음식을 끼니마다 한 입만 먹었는데도 위가 아프고 트림이 계속 나오고 목까지 음식이 차서 걸린 느낌이었다. 너무나 맛있는 뷔페에 가서 평소보다 엄청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목까지 찬 그런 느낌.


처음에는 '내가 진료받는 날 너무 폭식을 했나? 그전부터 많이 먹긴 했는데 그게 누적되어서 그러나? 적게 먹어야 하는 가보다.' 생각했다. 남편도 요즘에 내가 많이 먹긴 했다고 인정하길래, 위 건강을 위해 며칠 음식 조절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체한 상태가 계속되고 살도 슬슬 빠지기 시작하니, 이게 뭔가 싶었다. 못 맡는 냄새가 있고 울렁거림이 있긴 하지만 토도 하지 않고, 먹덧도 아닌데 이게 입덧인가 의아해서 한참을 찾아보니, 체덧이란다.


아주 조금만 먹어도 체한 상태가 유지되는 거다. 정말 한 입만 먹고도 체한 상태였다. 남편이 손, 발 지압을 맨날 해주고, 음식을 먹자마자 날 데리고 산책도 맨날 해줘야 했다. 잘 때는 바로 누워 자지 못하고 베개를 포개거나 큰 쿠션을 접어서 등을 받혀 앉아서 자야 했다.


병원에서는 입덧 약을 처방해도 소화불량에는 효과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입덧 약은 먹지 않았다. 그래도 이 기간에 못 먹어서 빠져도 아기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체덧으로 임신 4주~15주를 보내고 16주 0일이 되자 입덧이 사라졌다. 역시 체덧이 맞았다. 그리고 그동안 몸무게는 6kg이 빠졌다.(그렇게 빼고 싶을 땐 안 빠지더니)


입덧이 끝나고는 살이 더 빠지지 않았고 먹는 양도 좀 더 늘었다. 임신 전에 먹던 양은 아니고, 식당에 나오는 1인분의 반을 먹을 수 있다. 이것만이라도 어디냐 하며 생각하기로 했다. 너무 먹고 싶던 음식을 마주 했을 때 가끔 예전처럼 먹었다가 다시 체덧이 돌아온 듯할 때가 있어서, 음식 조절은 계속해야겠다고 다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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