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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Sep 15. 2021

4컷 생각 #86 임신은 처음이라14 -임당 재검

임당 재검사, 자궁수축 검사

아침에 일어나서 금식을 하고 물도 마시지 않고 병원에 갔다. 가자마자 바로 첫번째 채혈을 했다. 그리고 포도당을 마셨다. 오늘은 진료를 받지 않고 시간에 맞춰 채혈만 하고 가면 된단다. 4번 피검사를 하는데 피검사 끝나기 전엔 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했다. 오전 9시 2분에 처음으로 피를 뽑고 한 시간 간격으로 총 4번 피를 뽑으니 대기실에서 있다가 시간 맞춰서 오라고 했다.


3시간은 꼼짝없이 병원에 있게 되어서 남편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남편은 노트북을 챙기고, 나는 책을 챙겼다. 다행히 의자만 있는 대기실에 작은 테이블 자리가 하나가 있어서 자리를 잡았다.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남편이

"아! 어제랑 그저께 수축 온 거 간호사 선생님께 말해보자."

라고 했다. 나는 별거 아닐 거라고 말 안 하려다 남편의 권유로 말했다.


"어느 정도 아프셨어요?"

"잠시 생리통처럼 찌릿찌릿했는데 2초마다 한 번씩 10번 정도 했고, 그게 하루에 2번씩 이틀 동안 있었어요."

"그럼 진료 받으셔야겠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별거 아닌 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진료를 보게 되어 당황했다.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어질어질했다. 식은땀도 갑자기 나기 시작하고 속이 메슥거렸다. 임신 당뇨 검사할 때, 포도당을 갑자기 많이 섭취해서 그럴 수 있다고 했었던 게 기억났다. 50g을 마실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100g은 몸이 힘들었나 보다.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는데도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남편이 간호사님께 말씀드리자 진료 끝나자마자 침대에서 누워서 대기하며 피검사를 하자고 했다. 대신 남편은 같이 들어가서 대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같이 왔는데 3시간을 따로 대기해야 하다니 아쉬웠다.


그러다 의사 선생님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복부초음파를 보셨다. 살짝 자궁문이 열린 걸 수도 있을 것 같으시다고 질초음파로 다시 보자고 하셨다. 질초음파로 봤더니 열려있지는 않다고 했다. 경부 길이도 아직 안정적인데 수축 검사는 해보자고 하셨다.


진료가 끝나고 침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옆에 자궁 수축 검사 기기가 있었다. 대기하고 초음파 진료 받는 동안 1시간이 다 되어 누운 상태로 2회 차 채혈을 먼저 하고 자궁수축 검사를 받았다.


배에 끈을 두르고 아기의 심장을 찾아서 기기를 부착했다. 스피커를 통해 심장소리가 두구두구 크게 들렸다. 태동이 느껴질 때마다 버튼도 누르라고 했다. 20분 정도 걸려서 좀 자려고 했더니 계속 배의 느낌을 느껴야 하는 거였다. 우리 아가가 엄청 잘 움직이는 아기라 태동 버튼 누르느라 바빴다.(ㅋㅋㅋㅋㅋ) 선생님도 태동이 엄청 활발하고 많다고 말하셨다. 이때 처음 딸꾹질도 들었다. 태동인 줄 알고 눌렀는데 그게 딸꾹질이었단다.


그렇게 20~30분이 지나고 결과지를 보시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수축이 좀 있는데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네요. 근데 집에서 계속 누워 계세요. 화장실 갈 때, 밥 먹을 때 빼고는 계속 누워계셔야 해요. 쿠션에 다리 올리고, 배는 담요 같은 걸로 따뜻하게 하세요. 규칙적인 수축이 오면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 병원으로 바로 오세요."


가 자궁 수축이라니!! 계속 누워만 있어야 한다니!! ㅠㅠ


"많이 걷지도 않고 코로나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았는데, 집에서 오래 앉아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걸까요? 낮에 이것저것 하느라 계속 앉아있고 집안일도 매일 했었어요." 여쭤봤더니


"앉은 거랑 서 있는 것 둘 다 영향이 있는데 아마 오래 앉아 있던 것도 무리가 되었을 거예요. 집안일도 하지 마시고요."라고 하셨다.


그래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었다. 계속 마스크도 쓰고 있어야 하고, 씻는 것도 힘들 테고, 링거도 맞아야 하고, 조용히 있어야 하고, 남편도 없어서 심심할 테고. 누워도 집에서 요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결과를 듣고도 남은 채혈이 2번이나 있어서 침대에서 대기를 했다. 누워있으니 포도당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 나은 것 같았다. 이렇게 난 침대에 잘 누워있는데 혼자 병원 대기실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심심할까 봐 걱정이었다. 메시지를 보내보니 괜찮다고 답변했다. 노트북으로 일하면서 심심하지 않고, 그것보다 내가 누워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12시가 지나고 마지막 채혈 마치고 병원에서 나왔다. 결과는 2일 뒤, 문자로 온다고 했다. 침대가 남아있지 않으면 병원에서 배려해주기 힘들다는데 누울 수 있어서 덜 힘들게 검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에 와서 결과를 기다리며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걱정이 되었다. '첫 번째 임당 검사 전날,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그날따라 많이 먹었던 거라 그럴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도 해보고 '호르몬 영향이라 음식과 상관없을 거라는 글을 봤는데 어쩌지' 하며 임신성 당뇨가 확진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지도 찾아봤다.


자궁수축을 관리하기 위해 계속 누워 지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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