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어 연수 기획
줌(Zoom) 연수로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시고 나니,
슬슬 재미가 붙었다.
"내 지식도 커피로 바꿀 수 있구나!"라는 짜릿한 경험은
나를 또 다른 도전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눈에 띈 공모전 제목은 [나도 연수 크리에이터].
지난번 줌 연수 때 했던 내용을 조금 더 늘리고 다듬어서
샘플 영상 1차시 보내고, 5차시 기획서를 써서 내면 되었다.
“오, 이것도 참여만 하면 커피 쿠폰 주겠지?”
연수명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정했다.
<어쩌다 영어 전담 교사가 된 당신에게>.
사실 이건 내 처절한 생존기이자 솔직한 고백이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학교에 가려면 오전 육아 시간이 간절했고, 학교 사정상 그 시간을 확보하려면 선택권 없이 ‘어쩌다’ 영어 전담을 맡아야만 했다.
영어가 전공도 아니고 10년 차가 넘었지만 영어 수업은 초보였던 나.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 영어를 맡았을 때 답답해서 밤새 찾아 헤맸던 것들,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 이건 진짜 되네!"라고 무릎을 쳤던 실전 노하우들을 5차시 분량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1차시: 어쩌다 보니 초등 영어 교사가 된 여러분을 위해 (마인드셋과 평가 이해)
2차시: 영어 수업 학급 운영법 (동기 유발과 수준별 활동 꿀팁)
3차시: 교과서 내 활동 가르치는 법 (교과서 200% 활용하기)
4차시: 교과서 외 활동 가르치는 법 (1) (영어 영화와 영어 책 활용 수업)
5차시: 교과서 외 활동 가르치는 법 (2) (영어 뮤지컬과 영어 기사 활용 수업)
특히 공모전의 '치트키'로 내가 직접 가르쳤던 아이들의 영어 뮤지컬 완성 작품 영상을 함께 올렸다. 아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철저히 보호했지만, 그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즐거움은 가릴 수 없었다.
이 수업은 5학년 아이들에게 소문난 '꿀잼' 수업이었고, 내용도 정말 좋았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영어를 즐기는 모습은 내가 짠 기획서가 현장에서 이미 검증된 '보물'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자, 보세요! 현장에서 애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기획이 어디 있겠어요?”
비장하게 기획서를 제출하고 며칠 뒤,
결과가 나왔다.
흑. 광탈.
심사위원들의 안목은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감동을 따라오지 못했나 보다. 기획서에는 정성을 엄청나게 쏟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 써 만든 영상이 탈락 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참여상은 있으니깐! 그래도 또 커피 쿠폰 하나 벌었다. 그리고 괜찮았다. 내 수업이 좋았다는 건 이미 교실에서 확인했으니까.
오히려 "심사위원들은 이 좋은 걸 몰라보네? ㅋㅋㅋ" 하고 기획서가 너무 짧긴 했지 하며, 쿨하게 넘기며 공짜 커피 한 잔에 다시 기분이 올라갔다.
남편에게 당당하게 폰을 흔들며 외쳤다.
“남편! 스벅 가자!”
공짜 커피를 쪽 빨아들이며 생각했다. 비록 '연수 크리에이터' 타이틀은 놓쳤지만, 5차시 커리큘럼을 직접 설계해 본 경험은 묘한 자신감을 남겼다.
‘근데 나... 이렇게 자료 만들고 기획하는 거,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그 달콤한 확신이 나를 조금씩 더 큰 도전으로, 그리고 마침내 AI 대학원 원패스 합격이라는 운명적인 선택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