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내가 진짜 잘하는 게 뭐지?

시험은 한방에 붙지만

by 행운

공모전 기획서로 두 번째 커피 쿠폰을 손에 넣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라? 나 기획서 쓰는 게 생각보다 재밌네?’


사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관문 앞에서 크게 미끄러져 본 적이 없는, 나름 ‘원패스의 아이콘’이다. 내가 입학할 당시 연·고대와 비등하던 교대도 한 번에 붙었고,

(물론 서울교대는 서울대 끝을 잡고 갈 수 있는 시절인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ㅎㅎ)


그 바늘구멍이라는 서울 임용 시험도 한 번에 찰떡같이 붙었다.(교대 성적이 중간 이하인데 서울만 지원했다고 떨어지려고 하냐며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 정도면 내 인생은 '직진 신호등'만 켜져 있는 줄 알았다.


물론 내가 엄청난 공부 천재라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나는 자타공인 ‘면접 프리패스상’이다.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면접관들이 보기에 "어우, 이 친구 참 밝네!" 싶은 '해맑은 관상' 덕을 좀 봤다. (말은 좀 버벅거려도 일단 허허실실 웃고 보면 다들 합격 도장을 찍어주시더라.) 물론 그 웃음을 보여줄 기회를 얻기 위해 서류 합격 기준만큼은 칼같이 맞추는 개미 같은 성실함이 베이스로 깔려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프리패스 관상'이 공모전에선 씨알도 안 먹혔다.
공모전은 오직 결과물로만 승부하는 ‘냉혹한 텍스트의 세계’였다. 수백 명씩 뽑는 시험에서는 내 밝은 에너지와 기본기가 제법 잘 먹혔지만, 딱 몇 명만 뽑는 초고수들의 리그에서는 내 러키비키 한 미소가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수백 명 중의 합격자 안에는 늘 들었던 내가, 수십 명 뽑는 공모전에서는 번번이 '스벅 쿠폰 수집가'가 되는 것이었다.


“뭐 어때? 상금 못 받으면 어때? 내 손엔 공짜 아메리카노가 있는데!”
나는 쿨하게 커피를 들이켰다. (아 근데 여기서 말하는 커피는 다 디카페인이다.ㅎㅎ) 인생의 큰 시험은 한 방에 붙으면서, 소소한 공모전에서는 매번 떨어지는 이 기묘한 밸런스. 어쩌면 신이 나에게 “너를 너무 쉽게 붙여줘서 운이랑 실력이 좋은 줄 아나 본데, 그건 오산이다!”라고 계시를 내리시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상 수집도 슬슬 익숙해지니, 머릿속에 새로운 질문이 피어올랐다.
‘근데... 이거 말고 또 뭐 재밌는 거 없을까? 난 뭘 즐거워하며 잘할까?’
거창한 성공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자료 만들기’를 좀 더 깊이 있게,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을 뿐이다.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은 바로 ‘AI(인공지능)’였다.


평소 별로 공부를 안 해도 컴퓨터도 금방 배우고 컴퓨터 도우미 역할도 좋아하고, 대학 때 다른 과 교수님이 "너는 대학원은 컴과 와라!"라는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과 교수님은 내가 공부를 잘 안 해서 학점을 안 좋게 주셨지.. 아무튼 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내 교육 현장에 더 큰 재미와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AI 융합 교육 대학원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내 전략은 통했다. 서류 기준은 완벽하게, 면접은 '백만 불짜리 미소'로! 결과는 역시나 원패스 합격.


“남편! 나 대학원 붙었어! 이제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합격증을 손에 쥐고 나는 다시 노트북을 폈다. 이제 단순한 수집가를 넘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장착한 대학원생의 탄생이다. 과연 이 새로운 배움이 내 기획에 어떤 날개를 달아줄까? 커피 쿠폰을 넘어, 내가 꿈꾸는 교실을 현실로 만들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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