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첫 바이브코딩 작품의 탄생

얘들아, 제발 그만 일러ㅠㅠ

by 행운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시절,

AI융합교육대학원 서류 지원의 기본 점수를 얻기 위해,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업데이트해두기 위해 나는 나름대로 미지의 세계를 탐색 중이었다.

내가 주변 사람들 중 AI를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먼저 사용하긴 했지만, 자세한 건 몰랐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뒤져가며 AI 전공 교수님들의 강의를 섭렵하고 관련 연수를 찾아 듣던 중, 내 레이더에 딱 걸린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었다.


이게 진짜 물건이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도 ‘코딩의 벽’에 막혀 포기했을 텐데, 바이브코딩은 달랐다. 코딩을 전문적으로 할 줄 몰라도, 내가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설계만 잘하면 그대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오호, 이거 봐라? 내 머릿속 기획을 그대로 꺼낼 수 있겠는데?’
마침 새로운 공모전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그동안 벼려왔던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로 했다.


먼저 손을 댄 건 나의 주특기인 [학급 운영 꿀팁] 쇼츠 만들기였다. 모둠 활동의 퀄리티를 수직 상승시키는 법부터, 교사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굴러가는 학급 운영 비법들. 이건 16년 차 짬바에서 나오는 ‘찐’ 노하우였다. 영상 길이가 짧은 쇼츠(Shorts)라면 부담 없이 쪄낼 수 있을 것 같아 가볍게 먼저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엔 해결하고 싶은 숙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의 끊임없는 ‘이르기’ 공격이었다.
“선생님! 얘가 저 놀렸어요!”
“선생님! 얘 아까 제 물건 가져갔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이 사소한 갈등들. 들어주자니 끝이 없고, 무시하자니 애들 마음이 다칠 것 같고.


‘얘들아, 너희들끼리 좀 해결해 볼 순 없겠니? 너희의 사회정서역량 좀 키워보자!’
그 간절한 외침에 유튜브와 연수에서 배운 ‘바이브코딩’이 결합했다.


‘그래, 아이들이 갈등이 생겼을 때 나한테 오기 전에 먼저 자기들끼리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이름하여 [마음탐정 바이브코딩].


아이들이 갈등 상황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설계했다. 코딩 실력은 부족했지만, 바이브코딩 덕분에 내 머릿속 시나리오는 막힘없이 구현되었다. 또한 그걸 현실화시켜 주는데 큰 공헌을 한 건 제미나이와 챗 gpt다.


사실 이건 “제발 선생님한테 그만 좀 이르고, 서로 조율해 봐!”라는 나의 절박한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100% 현장 밀착형 기획이었다.
기획서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이건 커피 쿠폰 때문이 아니라 진짜 내가 필요해서 만드는 거라 그런지 손가락이 날아다녔다.


“자, 이제 선생님한테 오기 전에 ‘마음탐정’ 한번 거치고 와라!”
온라인 교수님께 배운 지식과 16년 차 교사의 짬바가 만나 탄생한 나의 야심작.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이런 고민을 구체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슬쩍 기대했다.
‘코딩을 몰라도 구현해 낸 이 신박한 작품, 참가상 말고 꼴등상 정도는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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