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엄지 척
연수원의 희망 고문과 수정 보완의 늪을 지나오며,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짜 목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을 앞에서는 강사보다, 내 책상 앞에 앉아 아이들이 바로 쓸 수 있는 자료를 빚어낼 때 내 심장이 훨씬 더 콩닥콩닥 뛴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자료가 탄생하게 된 건 순전히 나의 '답답함' 때문이었다.
어느 날, 국어 교과서를 펴고 '온라인 대화 예절'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과서를 보니 세상에, 종이 위에 그려진 말풍선에 아이들이 연필로 '안녕?', '반가워'를 손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온라인 대화 수업인데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게 무슨 실시간이야! 애들이 진짜로 대화를 해봐야지!"
진짜 교육이 되려면 아이들이 실제로 채팅창에서 타자를 치고, 대화가 오가는 그 속도감을 느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실수하거나 예절에 어긋난 말을 썼을 때, 선생님인 내가 바로바로 보고 "어, 이건 이렇게 고쳐야지?" 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지적!)을 해줘야 한다는 거였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안 되고, 팅커벨? 이것도 채팅 기능은 좀 아쉬운데...'
아이들이 로그인 없이, QR코드 하나만 찍고 들어와서 선생님 눈앞에서 안전하게 떠들 수 있는 그런 대화창이 절실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딱 내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아오, 답답해! 없으면 어떡해? 내가 만들어야지!"
그렇게 나는 '내가 쓰고 싶어서', 나의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바이브코딩(Vibe Coding) 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냈다. 복잡하게 코드를 짤 필요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기능을 말하고 다듬으며 완성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짜릿했다.
이건 연수를 위한 보여주기식 기획서가 아니었다.
당장 내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자, 다들 아이패드 꺼내!" 하고 바로 사용할 도구였다.
다음 날, 대망의 수업 시간.
"자, 아이패드 꺼내고 QR코드 찍어보자!"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들고 채팅방에 입장했다. 로그인도 필요 없이 닉네임만 입력하고 들어오니 교실 TV 화면에 아이들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다다다닥 올라왔다.
이미 나와 함께 바이브코딩으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본 우리 반 아이들이 외쳤다.
"이거 선생님이 직접 '러버블(Lovable)'로 만든 거예요?"
"어? 어떻게 알았어? 맞아! 선생님이 어제 바이브코딩으로 뚝딱 만든 거야!" (어깨 으쓱!)
아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대박! 선생님 최고다!"
"와, 우리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다 하네?"
"너무 재밌어요!"
"다음 시간에 또 해요!"
종이에 연필로 쓸 때는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몰입했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떠들고 배우는 모습을 보는 그 뿌듯함이란!
'아, 진짜 교사할 맛 난다!'
수업이 너무 성공적이라 혼자만 알기엔 아까웠다. 나는 친한 교사 친구에게 "야, 이거 대박이야. 써봐." 하고 슬쩍 찔러주고, 내친김에 대한민국 초등교사들의 성지 [인디스쿨]에도 자료를 공유했다.
그리고... 인디스쿨에서도 난리가 났다.
"선생님! 교과서 보고 막막했는데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
"와, 정말 필요했어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동료 교사들에게까지 인정받은 그 순간. 커피 쿠폰 한 장 없는 무료 나눔이었지만, 기분은 그 어떤 상금보다 짜릿했다.
‘아... 나, 이거였구나.’
그동안 커피 쿠폰을 모아 온 그 모든 과정은, 사실 나에게 딱 맞는 옷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피팅(fitting)' 시간이었구나.
나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강사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가장 가려운 곳을 효자손처럼 시원~하게 긁어주는 '현장 밀착형 자료 기획자'가 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