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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Dec 07. 2020

4컷 생각 #49 롤러코스터 덜 무섭게 타는 법

안 타는 건 아쉬우니

놀이공원에 가면 바이킹은 못 타고 자이로드롭도 못 타지만 롤러코스터는 탄다. 바이킹은 몇 번 타봤지만 떨어지는 느낌이 끝나지 않는 것 같아서 이제는 안 탄다. 처음에는 그래도 탈만 하다가 반복이 될수록 속으로 '제발 그만, 내려줘요!' 소리친다. 자이로드롭은 그냥 못 탄다. 몇 초간의 찰나라는데 올라가면서 긴장되고, 괴담도 있어서 무서워서 못 탄다. 괴담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위험에 빠지는 게 싫어서. 롤러코스터는 꼭 탄다. 놀이공원에 가서 무서운 걸 안 타면 시시한 것들만 남아 놀이공원에 간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셋 중에 그나마 즐길 수 있다.


겁이 많지만 롤러코스터는 타고 싶어서 내가 생각해내서 타 오던 방법이다. 먼저, 열차의 가운데에 탄다. 앞 뒤 자리가 한 칸에 있으면 뒷자리에 탄다. 앞과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 아무도 없는 건 상상도 못 하겠고, 뒷자리는 덜컹이는 게 더 심하지 않을까? 차를 타도 뒷자리는 멀미도 하고 덜컹이니깐. 그래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중간 자리에 탄다.


탑승을 해도 무서우니, 덜 무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눈을 떴다. 눈을 감으니 그냥 껌껌한 곳에서 갑자기 떨어지고 기울어지는 걸 당해야(?)해서 나는 그게 더 무서웠다. 눈을 떠서 레일을 봤다. 앞자리에 탄 사람들도 보고 안정을 찾고 레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봤다. 왼쪽으로 기울면 '이제 왼쪽으로 몸이 기울겠군!'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간에는 '이제 앞으로 기울어서 떨어지겠군!'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미리 몸을 움직였다. 왼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미리 몸을 기울여보고, 곧 떨어지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바도 꽉 잡고, 다리도 열차에 딱 붙였다. '몇 초만 떨어지니 안 죽어 괜찮아!' 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덜 무서웠다. 재미있기도 했다. 미리 예상한 대로 느껴지는 몸의 감각이 짜릿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예상 안 하고 당하면 철렁하고 가슴이 떨어지는 느낌이 좀 더 길게 느껴졌는데.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하는 습성(?)이 있다. 어려운 일을 만날 거 같으면, 미리 찾아보거나 물어보아서 알아둔다. 그러면 힘든 일을 미리 예상하기 때문에 타격이 적다. 예상보다 덜 힘들거나 예상한 대로면 덜 힘들다. 예상보다 힘들어도 모르고 당했을 때보다 타격이 오래가지 않는다. 사실 미리 찾아보고 알아보느라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이게 내가 잘 살아가기 위한 방식인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일이 닥쳤을 때 타격을 덜 받기 위해 말이다.


나보다 먼저 경험하고 그걸 남겨주고 알려주는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그렇담 나보다 앞서 간 사람들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은 아직은 없었으나 만약에 없다면.. 어떤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스스로 예측해야 하나? 소설 작가처럼? 모르겠다. 그런 일은 드물기 때문에 지금은.. 먼저 겪고 알려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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