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교환학생 1일 차, 방의 모든 전등이 나갔다.

3시면 해가 지는 북유럽 겨울.... 어떻게 해결하지?

by 뉴비 기획자

스웨덴의 교환학생은 대부분 1인 1실을 기준으로 방을 얻는다. 한 복도를 같이 쓰는 6-7명의 친구들이 한 부엌을 공유하고, 각자 10평 남짓의 화장실까지 딸려 있는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한국의 기숙사만 해도 1인 1실은 찾아볼 수 없고, 있다고 해도 10평씩이나 되는 넓은 공간을 쓸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스웨덴의 기숙사 시설은 교환학생의 입장에서 꽤 기대가 되는 점이었다.


그렇게 1월 중순, 나는 스웨덴 북부의 올리드헴(Alidhem) 지역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숙사의 시설은 기대한 것과 달리 노후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고 나는 3시면 해가 지는 북유럽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조명 하나도 없이 꼴딱 첫날밤을 세게 됐다.

북유럽은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에 밝은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부분 노란 조명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넓은 방에 전등은 중앙 전구 한 개, 화장실 등, 현관 등 딱 세 개였는데 기숙사 방에 들어간 지 단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나갔다. 이미 해가 진 깜깜한 저녁에 내가 의지할 곳은 오직 휴대폰 후레시였다. 일단 후레시를 비춰서 씻고 밥 먹고 짐을 정리한 다음 시차 적응으로 피곤한 몸을 뉘이기 위해 내일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리라 다짐하고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기숙사 업체에 전등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해결해 달라는 요청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기숙사 업체에서는 칼같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한마디만 던졌고 나는 그렇게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과 스웨덴의 체계와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를 몸소 체험한 첫 번째 경험이었다.

KakaoTalk_20200626_172049773.jpg 문제의 전구

나는 스웨덴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지만, 이제 온 지 하루 된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마트에서 맞는 전구를 겨우 네이버 스웨덴 카페의 도움을 받아 구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새 전구를 바꿔껴도 등은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 정말 펑펑 울면서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구도 작동을 안 하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도와줄 사람 하나 없고....? 이게 바로 해외에서 유학하면 가장 힘든 점이겠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도 못해본 전구 갈기, 전선 맞추기를 타지에 나오니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연구하게 됐다. 그렇게 하루 종일 처음 보는 전구와 전선을 맞추느라 씨름하고, 아빠에게도 화상통화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움의 손길이 닿기엔 내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이건 오직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깨달았다. 21년 인생 동안 겪은 문제들 중 가장 힘든 난제였다.


KakaoTalk_20200626_172049209.jpg 화장실-현관 모습

나는 총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첫 번째, 위 사진의 현관 등. 내가 들어와서 불을 켰다 끄자 바로 작동이 안 됐다.

두 번째, 화장실 등. 들어왔을 때부터 불이 안 켜졌다.

세 번째, 방 중앙 등. 그냥 안 들어온다.

결론...... 깜깜한 오후를 견딜 불빛 하나도 내방엔 존재하지 않았다.

KakaoTalk_20200626_172049582.jpg 첫날의 내방. 저 전구는 곧 꺼진다.

저렇게 내 방을 유일하게 비췄던 등은 이제 사라졌고 이 휑량한 방은 이제 오직 내 책임이다. 북유럽의 깜깜하고 긴 겨울밤을 지내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모두 이제 내 능력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나는 외롭고 쓸쓸한 유학생의 처지를 스웨덴에 도착한 지 24시간 내에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통탄할 시간도 없었다. 당장 무슨 수를 써야지 다음날 깜깜하고 긴 밤을 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케아의 나라에 왔으니 이케아를 당장 혼자가 보기로 결심했다.


해가 다 진 오후 4시, 처음 보는 버스를 타고 처음 보는 거리를 지나 겨울밤의 거리를 30분 동안 헤매고 버스를 갈아타 시외곽지역의 이케아에 겨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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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때쯤, 나는 이미 추위와 초행길의 긴장감 그리고 시차로 인한 피곤함에 지쳐 눈도 겨우 뜰 수준이었다.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사야 할 물건은 너무 많았다.


오늘 이케아에서 나는 첫 번째 인테리어 쇼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 방에서 불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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