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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쁘다 - 천양희

2020 시필사. 177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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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쁘다 -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와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를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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