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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Nov 14. 2018

푸념 - 1


20대의 풋풋했던 나를 떠올렸다.

정처없이 거리를 배회하며

목적지가 어딘지조차 불분명했던 시간들-

그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만큼 걸어다니며

한계라는 것을 몰랐던 자유분방함.


이젠 그 시절이

그저 머리 속에

추억으로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듣고 싶은 음악을

내가 원할 때에

들을 수 없어진 현실이

너무 슬프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다음 날 앓아 눕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며

몸을 사리게 되는 저질 체력만 남았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

누릴 수 있을만큼의 호사는 다 누려봤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조금 버겁다.

아니, 사실 많이 버겁고 힘들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신에게만 집중해보고 싶다.


어느 하루,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쁜 옷 한 번 제대로 차려 입고

현란한 네온사인들 사이로

이어폰에 갇혀진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정처없이 길거리를 거닐고 싶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충분할 시간,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을 시간.


나에겐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

그냥 이렇게 살다

어느 날 몸이 망가져

서서히 죽어가는 시나리오만 남을 것 같다.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다

현재에 갇혀버린 것 같다.

무엇이 더 좋은 삶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내겐 선택권조차 없다.

그저 하루살이 삶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음 생엔

얽매이는 인생따위 살지 않을거다.

흥청망청 피폐하게 다 놀아보고

짧은 인생 살다 갈거다.


이렇게 무의미한 다짐만 해 본다.


이렇게 또 무의미한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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