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풋풋했던 나를 떠올렸다.
정처없이 거리를 배회하며
목적지가 어딘지조차 불분명했던 시간들-
그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만큼 걸어다니며
한계라는 것을 몰랐던 자유분방함.
이젠 그 시절이
그저 머리 속에
추억으로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듣고 싶은 음악을
내가 원할 때에
들을 수 없어진 현실이
너무 슬프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다음 날 앓아 눕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며
몸을 사리게 되는 저질 체력만 남았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
누릴 수 있을만큼의 호사는 다 누려봤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조금 버겁다.
아니, 사실 많이 버겁고 힘들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신에게만 집중해보고 싶다.
어느 하루,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쁜 옷 한 번 제대로 차려 입고
현란한 네온사인들 사이로
이어폰에 갇혀진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정처없이 길거리를 거닐고 싶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충분할 시간,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을 시간.
나에겐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
그냥 이렇게 살다
어느 날 몸이 망가져
서서히 죽어가는 시나리오만 남을 것 같다.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다
현재에 갇혀버린 것 같다.
무엇이 더 좋은 삶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내겐 선택권조차 없다.
그저 하루살이 삶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음 생엔
얽매이는 인생따위 살지 않을거다.
흥청망청 피폐하게 다 놀아보고
짧은 인생 살다 갈거다.
이렇게 무의미한 다짐만 해 본다.
이렇게 또 무의미한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