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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Nov 18. 2016

부부 싸움의 필요성

결혼 생활은 정반합이다


 사랑해서 결혼을 선택했다. 이 사람을 놓치면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사랑이라 생각했기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신혼 초,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삶의 방식의 차이가 꽤 커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싸움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타협점을 찾아가며 잘 살고 있다.


그만큼 무의미한 싸움이었겠지.


 아니, 어쩌면 부부 싸움에 유의미한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부부 싸움은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요즘 우리에게 가장 큰 이슈는 나의 육아우울증이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남편에게도 무기력감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한 번쯤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할 순간에 직면한 우리는 서로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나는 개인주의적 사고 방식에 길들여져 있다. 배우자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나름 배려한단 생각에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편은 정 반대다. 부부는 일심동체, 가족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믿음의 소유자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남편은 나의 배려가 자신에게 눈치를 보고 있는 거라며 매우 불쾌해 한다. 결국 오늘 싸움의 주제는 나의 지나친 배려로 인한 불쾌감이었다.


 나는 바깥일까지 하고 온 남편에게 최대한 육아 스트레스는 주고 싶지 않아서 다 내가 하려 하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나의 육아 우울증이 터져버린 것이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남편의 마음은 그늘져 간 것이다.


부부는 동등한 관계야. 당신과 나는 같이 사는 사람인데, 왜 육아를 혼자서 감당하려해? 결국 당신의 우울감이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들잖아.


 틀린 말이 아닌 걸 안다. 알면서도 나는 이상한 고집에 사로잡혀 남편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그렇지만 도망치면 나는 평생 후회할 걸 알아서 그럴 수 없어.


 그렇기에 우울감을 꾸역꾸역 삼켜내고 있는 거라고. 지나치게 솔직해서 탈인 나는 또 상처를 주고야 말았구나, 하며 자책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었다.


토요일 오전과 오후를 나눠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자.


 오전에 내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남편은 자신이 즐겨하는 농구나 사우나를 다녀오고, 오후에 남편이 아이를 봐주면 나는 예쁜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여유롭게 글을 쓰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남편은 갑자기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언급하면서 나를 설득시키는데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또가 당첨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일주일의 하루를 기다리는 그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혼 생활에 있어서 부부가 하나씩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어느 기업 인수합병 못지 않게 어려운 과정이다. 나 역시 부부의 길은 흙 길로부터 시작된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험난한 인생 여정같다.



 하지만 흙 길도 겪어봐야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어떤 흙이 적합할 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꽃 길을 걷기 위한 흙 길도 필요하다. 비록 그 길이 진흙탕 길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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