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민 Jan 05. 2017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차디 찬 당신의 무뚝뚝함이 싫어

먼저 손을 내밀어 볼 생각은 못 했네요.

사실 당신도 사랑 받아 본 적이 없어서

표현이 서툴었던 것 뿐일텐데.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신의 건강과 맞바꾼 생계.

행복해서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당신의 몸은 더욱 왜소해져만 가고

그 멋졌던 손은 어느 새

굳은 살이 덮쳐서 거칠어졌네요.


하나 뿐인 딸 자식이

육아 때문에 정신 없어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챙겨 먹을까,

그 걱정마저 잔소리가 될까 싶어

생각해 두었던 말을 이내 다시 삼키시죠.


늘 빈 손으로 와서

갈 때는 양 손 가득

직접 만드신 따뜻한 밑반찬과 빵을

챙겨주시는데

감사한 마음을 뒤로 하곤

단 한 번을 못 안아드렸네요.


조심해서 가라는 말 한 마디가

왜 그렇게 슬프게만 들리는 지.


대문 앞에 먼저 나가서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서 계시는

나의 아버지.


왜 이제서야 당신의 사랑을 깨닫는지,

참 이렇게도 못난 딸이네요.
얼마나 후회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빠, 사랑해요."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이 한 마디를 못 내뱉고

그냥 돌아서는 순간마다

어찌나 후회막심한지.


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서글퍼지는 요즘이에요.

시계가 조금 천천히 갔으면 하는 마음에

건전지가 다 닳아버린

아이 방의 벽시계를

며칠이고 갈지 않았어요.

당신을 향한 어리석은 어리광이었겠죠.


아버지의 딸이어서 감사하고

덕분에 행복하다고

언젠간 꼭 말 할 수 있길

다짐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 싸움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