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민 Jan 06. 2017

새해니까

후회 없는 인생을 향해 전진



 작년이 무의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면 된다, 올해가 시작된 지 며칠 안됐으니까.


 1월 1일은 빨간 날이었고, 그 바로 다음 날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을 뵈러 갔다. 첫 어린이집 적응은 성공적이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도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셨으나, 퇴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전업맘이 되는 길을 택했고, 더 이상의 구직활동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해 4번의 폐렴, 6번의 장염, 2번의

구내염, 1번의 알러지,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의 기관지염을 겪었던 아이의 몸상태를 생각하면 단 하나의 옳은 선택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장님께서도 걱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의 퇴소를 당연스레 받아주셨다. 지난 크리스마스 주간에도 아이가 아파서 결석했는데, 그 때 못 챙겨주셨다던 선물로 실내복 세트를 건내주시는데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먹먹해졌다. 마치 정 들었던 곳에서 독립해 떠나는 느낌이었달까.


 감사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이제 어린이집은 빠빠이라고. 아이는 알아들었는 지 모르게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방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게으른 엄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서 너를 키우겠다고 무언의 다짐을 굳혔다. 거창할 것도 없는 육아겠지만, 그저 아이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흡한 엄마의 사랑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 하나로.


 기나 긴 모유수유로 심신이 지쳤던 지난 날의 나는 말조차 통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그저 도망치고만 싶었고, 이대로 평생 엄마의 삶을 산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핑계였을 뿐이다. 나는 아이 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갉아먹으려 했던 것이다. 아이가 아팠던 날들이 사실 더 힘들었고, 삶을 중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왜 몰랐을까? 나의 삶이 현재 아이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분리하려 아무리 애써 봐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직 부모의 손길이 온전하게 필요로 한 시기의 자식은 나의 분신과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너의 웃음을 지켜야 나도 비로소 웃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응당 책임을 져야하는 것에 대해 회피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지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자기합리화가 있었기에 뻔뻔함이 가능해졌을 수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태해진 마음에 다시금 채찍질을 가해 본다.


 새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