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인생을 향해 전진
작년이 무의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면 된다, 올해가 시작된 지 며칠 안됐으니까.
1월 1일은 빨간 날이었고, 그 바로 다음 날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을 뵈러 갔다. 첫 어린이집 적응은 성공적이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도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셨으나, 퇴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전업맘이 되는 길을 택했고, 더 이상의 구직활동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해 4번의 폐렴, 6번의 장염, 2번의
구내염, 1번의 알러지,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의 기관지염을 겪었던 아이의 몸상태를 생각하면 단 하나의 옳은 선택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장님께서도 걱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의 퇴소를 당연스레 받아주셨다. 지난 크리스마스 주간에도 아이가 아파서 결석했는데, 그 때 못 챙겨주셨다던 선물로 실내복 세트를 건내주시는데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먹먹해졌다. 마치 정 들었던 곳에서 독립해 떠나는 느낌이었달까.
감사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이제 어린이집은 빠빠이라고. 아이는 알아들었는 지 모르게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방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게으른 엄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서 너를 키우겠다고 무언의 다짐을 굳혔다. 거창할 것도 없는 육아겠지만, 그저 아이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흡한 엄마의 사랑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 하나로.
기나 긴 모유수유로 심신이 지쳤던 지난 날의 나는 말조차 통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그저 도망치고만 싶었고, 이대로 평생 엄마의 삶을 산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핑계였을 뿐이다. 나는 아이 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갉아먹으려 했던 것이다. 아이가 아팠던 날들이 사실 더 힘들었고, 삶을 중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왜 몰랐을까? 나의 삶이 현재 아이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분리하려 아무리 애써 봐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직 부모의 손길이 온전하게 필요로 한 시기의 자식은 나의 분신과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너의 웃음을 지켜야 나도 비로소 웃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응당 책임을 져야하는 것에 대해 회피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지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자기합리화가 있었기에 뻔뻔함이 가능해졌을 수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태해진 마음에 다시금 채찍질을 가해 본다.
새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