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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Jan 11. 2017

결혼날

대학 동기의 결혼식



 생각보다 춥지 않았던, 겨울비가 하루종일 내린 올해의 첫 토요일이었다. 니트 한 겹에 코트만 걸쳤는데도, 삭막한 계절에 비해 기온은 높은 그런 따뜻한 날이었다.


 나의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그 날 장가를 갔다. 비가 내렸던 겨울, 봄같이 따스했던 날에.


 남성미 돋보이는 곤색 턱시도의 신랑과 새하얀 A라인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뒷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의 결혼식이 슬며시 겹쳐 보였다. 벌써 7년도 더 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한데, 그래도 나름 가장 예쁜 나이에 드레스를 입었다고 생각해서 여한은 없다.


 내 결혼식이 있던 날은 한파가 닥친 추위에 하늘에서 그만한 눈덩이가 떨어지는 게 가능한가 싶었을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날씨였다. 하객들에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닌 지 싶어 전전긍긍했고, 식장에 못 왔다 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날이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 싶다.


 우리 부부가 식을 준비할 때만 해도 모바일 청첩장이 없어서 남편과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 일일이 손으로 접고 봉투에 넣어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손수 했는데, 요새는 카톡이나 SNS에 올리기만 해도 되는 시대라 훨씬 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게 결혼할 걸 그랬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잠시 스쳐지나 갔고.


 남편과 함께 동기의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우리 때 아쉬웠던 점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때 축가를 친구들에게 부탁하지 말걸.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혹 음이탈이 발생해도 진심을 담아 직접 부를걸, 온 힘을 다 해. 웨딩 촬영도 서울 구석구석, 우리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찾아 다니면서 조금은 촌스럽겠지만, 개의치 말고 한 장씩 찍어 나갈걸.


 하나 둘 아쉬운 부분들을 짚어나가니 한도 끝도 없어질 듯 해서 냉큼 생각을 접어두었다. 어떤 결혼식이든 완벽할 순 없겠지만, 그저 사랑하는 시람과 함께면 행복하고 감사한 날일테니.


 우리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어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니, 내 마음만은 바깥 하늘과 다르게 쨍 하고 해 뜬 날이 되었다.


 그 힘든 결혼식 두 번은 하기 힘들고 그럴 생각도 전혀 없으니, 나중에 우리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아이와 셋이 셀프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해보자고 남편에게 말이나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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