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민 Dec 17. 2016

엄마 나이 고작 두 살

서투름의 이유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쓸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지난 주말부터 아이가 무서운 고열에 토할 듯한 기침을 해대기 시작하니 덜컥 겁이 났다. 또 지옥같은 시간이 다가 오겠구나 싶어서 집안일조차 손에서 놓아버렸다.


 며칠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운 아이는 미친듯이 보채면서 내게 매달리고 칭얼거렸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짜증을 있는대로 부리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나 역시도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아이를 마주하며 연신 두통약만 복용해댔다. 지끈거리는 머리는 언제쯤 맑아질런지, 이젠 기대감조차 사라진지 오래이다.


 겨울은 지독하게 차갑고 삭막하며 자비 따위 없다. 걸핏하면 감기에 걸려서 폐렴으로 이어지는 내 아이에겐, 그로 인해 삶이 피폐해져 버리는 나에겐 이 계절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진다. 이 숨막히는 겨울이 없는 나라에 가서 살 순 없을까 싶다가도 당장 뭐 해 먹고 사나 싶어서 생각에만 그칠 뿐이다.


 겨우 예약을 걸어 둔 대학병원 소아과에 부랴부랴 달려갔다. 교수님께 진찰을 받고 난 뒤 예상은 했지만 가슴은 무너졌다. 오른쪽 폐에 또 폐렴기가 가득차 있다며. 장염은 원 플러스 원. 다행히 급성은 지나가서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니 한 시름 놓았지만 온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 폐렴인지 모르겠다.


 터덜터덜 유모차를 끌고 나와서 수납을 마치고 나니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더럽고 치사해서, 차라리 내가 왕창 몰아 아프고 말지.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지친 마음에 카페 구석 테이블에 잠시 엎드려 있다보니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렸다, 주책맞게시리.


 휴지로 눈물을 훔치고 난 후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난 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만 한건지, 왜 자꾸만 도망가고 싶어지는지, 아이를 낳고 웃어본 적은 언제인지, 내가 정말 행복하기는 한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다음 번 병원 예약 날짜 잡힌 것을 확인하려고 핸드폰 캘린더를 열다, 기어코 자기합리화 시킬 한 방을 찾아내었다.


 엄마 된 지 고작 2년.


 그래, 엄마라는 인생으로 산 나이는 아직 두 살밖에 안됐는데 모든 것에 의연한 태도로 이 또한 감기처럼 지나가겠지, 하며 익숙해지길 바란다는 게 더 웃기지, 육아의 달인도 아닌데.


 늘 그랬듯, 이런 식의 자기 위로-

 이번 주도 버텼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하고 원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