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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Jan 22. 2017

아무 일도, 아무 말도


눈발이 거세게 흩날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햇빛이 쨍하니 떴다가

이내 다시 싸락눈이 떨어지고.


변덕스러운 날씨의 비위를 맞추기엔

아무 힘도 없는 인간인지라

그저 전전긍긍 하늘만 바라보며

말 대신 한숨으로 짧게 하소연을 내뱉었다.


낮잠이 필요한 아이와

휴식이 필요한 나는

차 키를 집어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아무 말도 오고 가지 않았던,

먹구름 아래 달리는 차 안에서

나의 오후는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아찔한 추위로

정신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거리 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의

공허한 시간은

별 의미 없는 공간 속에서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상대적인 세상에서

아직 날 것에 불과한 나는

희노애락에 취약하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걸 보면.


적당히 살고 싶다.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한 채

오늘 오후처럼 살고 싶다.


아무 이벤트 없이 조용하게

어떤 잡음도 들을 필요 없이

그렇게 살고 싶다.


허공 속 무의미한 시간이라도

잡념이 없다면

평온할 것 같은

그런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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