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
있을 땐 모른다.
곁을 떠나고 없을 때
그제서야 깨닫는다.
모든 것이 후회스럽다고.
사진 속 얼굴을 어루만지며
전해지지 않을 안부를 괜시리 묻곤
사랑했다고 말해보고
미안했다고 말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 눈에 들어오는
정지된 미소 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하나 둘 새록새록 기억이 나면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기만 한다.
못 해줬던 것만 떠오르고
아프게 했던 것만 떠오르고
상처입은 모습만 떠오르고
그렇게 해서라도
고왔던 얼굴 한 번 더 떠올려 보고.
쓸데 없는 후회라도
뒤늦은 추억새기로 또 하루를 견디고
언젠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별 의미 없는 오늘을 보낸다.
주어진 삶을
후회로 살다
곁에 가는 날
비로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