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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Feb 19. 2017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나만의 단골 카페 - 제주시내권



 제주살이는 여행의 연장선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섬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숨겨진 맛집이나 카페를 찾으러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희안한 것은 생활권이 제주시이다 보니 서귀포에 갈 일이 정말 없다. 오히려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입장에서 장거리 운전을 뛰는 게 여간 체력이 좋지 않고서는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제주시권이면 남편과 번갈아 운전하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다니고 있다.


 사람이 너무 북적이거나 오랜 시간 줄을 서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맛집은 정말인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카페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시끌벅적해서 서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면 몇 분도 못 기다리고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기 마련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돌아다니다 보니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이면 오후나 돼서야 집을 나선다. 사람들이 휩쓸고 지나간 시간대를 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맛집도 점심시간 끝무렵, 카페도 저녁시간 시작쯤 방문하는 편이다.


AFTERGLOW
에스프레소 마끼야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플랫화이트
함께 곁들인 크랜베리 초코스콘


 지난 해부터 자주 가는 동네 카페가 생겼다. 도로변에 있지 않고 한 블럭 들어가 있어서 처음엔 인적이 드물었다. 그 카페를 마음 속 단골집으로 삼은 계기가 있었는데, 에스프레소 마끼야또와 플랫 화이트를 판매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카페 메뉴에 잘 오르지 않는 생소한 것들이라 새로운 자극을 주었고, 그만큼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자부심을 갖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디저트와 함께




무심한 듯 신경쓴 소품들

 

 무엇보다 번잡한 느낌 없이 자유분방 하면서 편안함을 주는 인테리어도 한 몫을 했다. 사진을 찍으면 음료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나와서 SNS를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얼마나 자주 갔는지 음료 사진이 꽤 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갔을 때마다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는 카페이다.


카페 제대가는길
카페 내부에 다락방 느낌의 또 다른 공간
한 쪽 벽에 있는 매거진 섹션


 글을 쓰고 싶거나 생각이 많아져서 머리 속이 복잡할 때 가는 나만의 잇(it) 카페들 중 하나인 이 곳은 커피도 커피지만, 수제 과일청들과 다양한 맛에 형형색색인 마카롱들을 접할 수 있어서 기분전환이 된다. 정말 추운 겨울 날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인적 드문 시간에 제주대학교 쪽을 오니 아기자기한 맛에 산장 느낌도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


수제 레몬청으로 우려낸 레몬티와 레몬 마카롱
창가에 쓰여진 감성글귀
어떤 이의 마음일까



 따뜻한 오두막같은 곳에 들어서서 외로운 여행자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줄만한 장소로 딱이겠다 싶었다. 덕분에 글도 쓸 수 있었고, 스스로 조용하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겨울 저녁에 가면 정말 좋을 곳이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느낌의 카페랄까.



더 에스프레소 라운지
큰 규모인 내부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카페 위주로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절친한 친구와 간만에 만나서 사는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카페도 내겐 필요하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눈부터 호강하는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와 더불어 커피 종류도 그에 버금갈 만큼 선택권이 많은, 그런 카페 말이다. 제주시내가 크게 구제주와 신제주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연동과 노형동 일대가 도시 개발이 큰 규모로 조금 뒤에 이루어져서 신제주라 불린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로 치면 제주의 강남이라 불린다는데, 확실히 복잡하고 도시적이다. 이 카페는 도심 속 어느 재즈 바 느낌의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규모도 워낙 커서 신제주 만남의 광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분위기야 말할 것도 없이 활기차서 좋고 가족 단위로 티타임을 갖기 위해 커피와 함께 디저트류를 접하러 오기도 한다.


주문하는 1층
핸드드립 커피와 쌀식빵
딸기타르트, 아메리카노, 바닐라라떼


 핸드드립 커피도 메뉴에 있으며 원두도 판매한다. 원두는 시향도 가능하게끔 진열해 놓는다. 내 기억에 에티오피아나 예가체프, 케냐AA 처럼 사람들에게 꽤 익숙한 원두 종류들이 있었다. 다음에 가면 그렇게 핫(hot)하다는 파나마 게이샤가 있는 지 알아봐야겠다.


메종 드 쁘띠 푸르


 커피만으로 성이 안 찰 때가 아주 가끔 있는데 그럴 땐 당과 탄수화물이 부족하다는 무언의 신호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육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가보다.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다 보니 달달한 디저트로 심신의 위로가 필요하다. 유모차를 태우고 아이 낮잠을 재울겸 찾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는데 공간이 살짝 협소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서 더 알찬 기분이 든다. 앞에는 발효빵, 옆에는 케이크, 뒤에는 타르트.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번잡할 땐 조각 케이크 테이크 아웃
내가 사랑하는 루즈


 명품백이나 구두를 산다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최대치로 끌어내기에 이 정도 작은 사치쯤은 나를 위한 선물로 손색이 없다. 결국 우리는 오늘을 사는 인간이니까, 라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트레이엔 어느 새 디저트가 잔뜩 쌓여 있다.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화려한 색감의 데코레이션도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으니.


 자주 가는 곳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위의 카페들을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이유는 편안함 속에서 힐링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것도 가끔은 부담스럽다. 나는 말 없이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건데, 누군가 지나치게 말을 걸어오면 오히려 좌불안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네 곳은 보물섬과 같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까.


 그렇게 나는 돈을 내고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산다. 그래서 매일이 여행이다.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일상 속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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