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요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를 기로에 서 있다. 사실 결과는 정해져 있고 목적지도 지정되어 있는 길이지만, 결과의 시기가 현재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닿아야할 곳을 가기 위해 걸어가야 할 여정이, 그 과정이,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험난할 지, 아니면 조금 수월할 지 그것만 결정될 뿐이다. 어차피 갈 길이라면 좀 더 놀아보고 대책 없이 시간을 때울 것인가, 현실과 타협하면서 계속 소모적일 것인가, 그 차이다.
부쩍 한 쪽 얼굴이 그늘진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이의 답답함을 이해해보려 했다. 생계와 비전 중 선택해야 할 때, 나는 아내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오롯이 남편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가족을 위해 가장이 무조건적으로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이러한 반응에 남편은 괜시리 죄책감이 든 표정으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힘들거야, 후회할 수도 있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후회 좀 하면 어때? 서로 잘 해 나가면 되는거지. 그게 뭐 어렵다고.
타인을 의식해서 살아왔던가, 우리가. 스물 다섯 살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더러 혼전임신을 했다느니, 빚을 갚아줬다느니, 쟤네 얼마 안 있다가 이혼할거라느니, 별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을 해댔는데도 혼인을 했는데? 일일이 대응할 가치조차 못 느껴서 그저 무시, 무관심으로 묵묵히 우리의 길을 걸어왔는데, 타인의 시선따위가 중요할 리가 있나. 그저 우리 아들에게 도덕적으로 떳떳한 부모가 되면 그걸로 된거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간다는 설렘 반, 두려움 반이 공존하는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것은 역시나 우리의 믿음이다. 설령 좌절하더라도 서로 다독거리면서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천천히 갈 길을 가면 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 보다야, 스펙타클하게 오프로드를 타보는 것도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려는 우리에게 박수와 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