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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Apr 06. 2017

요즘 생각


 올해로 5년 째 보는 제주 벚꽃이다. 봄 이라고 하기엔 차디 찬 바람에 코 끝이 쎄하게 시리는 날씨인데도 벚꽃은 나몰라라 하며 활짝 폈다. 만개한 나무도 있고 이제 막 꽃망울이 진 나무도 있지만, 각각의 특색 있는 모양이 한 데 어우러진 벚꽃나무 길은 여전히 예쁘기만 하다.


 하늘하늘 살랑살랑 거친 바람에 마음 둘 곳이 어디인 지 모를 유채꽃도 여기저기 만개하였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모여 같은 곳에서 저마다 다른 추억들을 사진으로 새기는 모습도 장관이다.



 올해의 유채꽃과 벚꽃은 우리 부부에게 유난히 다른 의미로 찾아왔다. 제주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유채꽃밭과 벚꽃나무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에게 천천히 작별인사를 건내고 있는 요즘, 마지막 꽃놀이에 여념이 없다. 그저 눈과 카메라에 담아내기 바쁠 뿐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제주도를 떠날 생각에 내 마음도 바람에 꽃씨 흩날리듯 싱숭생숭하기만 하다. 6년 가까이 제주에서 살다가 다시 육지로 올라갈 생각에 마음이 두 동강 나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래도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시는 시부모님 곁을 이제는 지켜야겠단 생각에 대쪽같이 결정한 일이 바뀌는 일은 없을테지만, 사회 새내기였던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았던 곳을 떠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현재 주어진 삶에 감사할 뿐, 더 욕심내지도 말아야 한다.


 친정부모님 역시 두고 갈 순 없는 노릇이라 다 같이 모여 살기로 계획을 잡았다. 한 집 살이는 아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가 부모님을 한꺼번에 모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것 뿐이었다. 나는 자연을 즐기며 여유있는 삶도 좋았지만, 부모님들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이기심에 가까울 뿐이다. 하나 뿐인 손주가 애달프게만 느껴지는 분들께 우리 부부는 여태 불효만 했다는 생각으로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이제 시부모님의 인내도 한계에 다달았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서울이 아닌 새 삶의 터전을 찾는 게 최선책이었고, 우린 마침내 큰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려 한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미련은 남을 지언정,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 친정부모님께서는 여기저기 살아볼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라 하시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고, 가장 중요한 집 매매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떠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힘을 불어 넣어 주셨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봄의 꽃들처럼 우리도 제주를 그리워하게 될 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올해의 꽃도, 그 다음해에 꽃도 피고 지는 것은 마찬가지- 어디에 살 것인지 보다 어떤 삶을 살 지에 더 중점을 둬야하는 게 우리의 숙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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