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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Apr 13. 2017

평범함을 이루었어






공허해


공허하다고?


이유를 모르겠어

삶이 무료해


배부른 소리다


아이한테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고

내 삶이 하나도 없어


무슨 소리야

너는 평범함을 이루었는데!


위로랍시고

되도 않는 소리 하지마


남들 의식 안 하고 살아왔잖아

당장 내일 뭐 먹지 끼니 걱정이나 하고

널 닮은 예쁜 아이에게 잔소리도 하고

강아지는 오늘도 내일도 너만 바라봐주고

불금에 같이 치맥할 수 있는 남편도 있고

일상에 지칠 때 비빌 언덕인

양가 부모님 계시지.


폭탄맞은 집처럼 어지럽혀진 바닥이

무뎌지는 것도

해야할 설거지와 빨래가 늘어날 뿐

외롭지 않은 것도

주말마다 등급 할인 쿠폰 쓸 겸

아이 풀어놓을 겸

마트에 쓸데 없이 돈 쓰러 가는 것도

자기 의지와 다르게 어쩔 수 없이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댈 수 있는 것도

모두 네 삶이고 네 일상이고,

평범함을 꿈꾸는 이들의 모든 소망을

넌 다 가졌잖아.


네가 주체가 아닌 시간들이 어디있어?

온라인 쇼핑으로 소소한 사치도 할 수 있는

너의 삶을 칭송해봐.


아름답지 않아?

길거리에서 비명횡사 할 가능성은 적잖아.

사랑하는 이들이 아직 곁에 있잖아.

당장의 끼니도 자유롭게 해결할 수 있잖아.

주말마다 놀러다닐 수 있잖아.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아껴서라도 언젠간 손에 쥘 수 있잖아.


너의 그 소중한 일상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


세상을 봐.

넌 상위 1%의 삶을 살고 있을 지도 몰라.

소소한 걱정거리로 너의 삶은 풍족해.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또한 그 말을 할 수 있는 너는

모든 평범함을 다 이루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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