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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Jun 25. 2017

다이어트-ing

이젠 힘들다



 얼마만에 써보는 다이어트 일기인가. 이십대 초반에나 써보고 몸뚱아리가 어떻게 되든 나몰라라 한 채 미루기가 벌써 몇 년 째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다.


 육지로 돌아오면서 나름 삶의 활력을 찾아보겠노라며 선언한 다이어트는 다행히 작심삼일의 유혹을 벗어나 10일째 진행 중이다. 무조건 행동으로 보이자는 마음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지만, 여자의 호르몬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법- 언제 어떻게 무너질 지 몰라서 이 더운 날 삼십분에서 한 시간씩 걷기를 매일 실천하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필라테스라는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로 굳게 다짐도 했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저질 몸에서 탈피하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다. 적어도 돈 아까운 줄은 알아야지 하는 마음에.


 예전엔 안 먹으면 곧 바로 사이즈가 줄었는데, 이젠 나잇살이라는 것을 무시 못 하는 지, 아무리 적게 먹어도 이 놈의 몸은 요지부동이다. 한 술 더 떠 출렁거리는 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무거워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축축 쳐지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다이어트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단 식욕을 잡아야 한다. 다행히 날이 더워져서 지친 기색에 입맛이 돌지는 않는 요즘이다. 바나나와 아보카도 정도면 귀찮은 사람의 한 끼 식사로 충분하며, 요거트 한 두 개와 아몬드 10알 정도면 간식으로 최고다. 중간중간 커피 한 잔씩 마셔주면 적당히 배가 불러서 다른 생각이 없어지니 천만 다행이다. 이러다가도 배란기가 되면 어떻게 될 지 몰라 불안하지만, 입맛이 잡혔을 때 강도를 좀 더 세게 밀어붙여야 한다. 스스로가 못 미더우니까.


 닭가슴살로만 튀긴 치킨은 괜찮지 않을까? 그래봤자 염지 펌핑한 똑같은 치킨일 뿐이라는 것을 내 뇌가 인지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자기합리화인데, 나는 입이 터지려는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 지 두렵기만 하다.


 지금의 몸은 사랑할 수 없다. 자기 파괴와 학대의 결과로 현재의 몸 상태가 된 것이다. 술을 조금 줄일걸, 야식을 좀 더 참아볼걸, 후회해 본 들 돌이킬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몸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세뇌를 시키다 보면 다이어트의 1할은 한 셈이지 않을까. 아, 이것도 자기합리화겠지.


 날이 더워서 그런 지 몰라도 낮에는 걷기 운동을 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보다 조금 더 선선한 날씨면 아이를 재울겸 유모차를 끌고 이사 온 동네를 둘러볼 겸 산책이라도 할텐데, 요즘 같아선 뜨거운 햇빛에 타 죽지 않으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와중에 땀복까지 입고 조깅하는 분들을 지나칠 때면 정말 '알 이 에스 피 이 씨 티'!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도 언젠간 몸짱이 되리라 다짐하며 오늘도 치킨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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