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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Jul 03. 2017

비가 내린다

내 마음에도



창문을 열어둔 틈에

세차게도 쏟아지는 빗소리에

온 신경이 멈췄다.


펑펑 울고싶었던

그간의 내 마음 같기도 하고

습하긴 해도

땡볕의 고단함을 밀어내주는

구세주 같기도 해서.


그러다 문득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토록 빗소리가 좋다는 걸

잊고 살았던 내가

무얼 위해 살아왔는지,

순간 허무해졌다.


열심히 살지도 않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던 매일

무엇에 그리 쫓기고 살아왔는지.


내가 좋아했던 것은 이런 거였는데,

내가 싫어했던 것은 저런 거였는데,

내 마음의 소리에

한 순간도 집중할 수 없었던

지난 날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비어진 마음인가보다.

끝도 모를 공허에

머무르고 있나 보다.


빗속에서 하염없이 걷던

나의 이십대가 그리워지는 걸 보니

조금 지친 듯 하다.


잠시

비를 위로 삼아

쓸쓸해진 마음을

놓아버려야겠다.

 

울고 싶으면

울어버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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