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도
창문을 열어둔 틈에
세차게도 쏟아지는 빗소리에
온 신경이 멈췄다.
펑펑 울고싶었던
그간의 내 마음 같기도 하고
습하긴 해도
땡볕의 고단함을 밀어내주는
구세주 같기도 해서.
그러다 문득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토록 빗소리가 좋다는 걸
잊고 살았던 내가
무얼 위해 살아왔는지,
순간 허무해졌다.
열심히 살지도 않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던 매일
무엇에 그리 쫓기고 살아왔는지.
내가 좋아했던 것은 이런 거였는데,
내가 싫어했던 것은 저런 거였는데,
내 마음의 소리에
한 순간도 집중할 수 없었던
지난 날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비어진 마음인가보다.
끝도 모를 공허에
머무르고 있나 보다.
빗속에서 하염없이 걷던
나의 이십대가 그리워지는 걸 보니
조금 지친 듯 하다.
잠시
비를 위로 삼아
쓸쓸해진 마음을
놓아버려야겠다.
울고 싶으면
울어버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