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삶이
아름다워 보였을 때,
한숨을 내쉬곤
하늘을 쳐다보았다.
시작과 끝이 어딘 지도 모를,
파랗게 수놓여진
하늘이란 도화지가
참 넓게도 펼쳐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삶이
여러 겹의 스케치북이
쌓이고 쌓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케치북엔
저마다 다른 색상의 물감이
칠해지는 것일 뿐,
나의 스케치북은
아직 어떤 색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 뿐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그려나가기에 앞서
상상 속에 머물고 있는 중이라고,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그러다 붓을 잡을 용기라도 생기면,
걸작이 됐든
망작이 됐든
그저 그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만의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색깔이
필요하지 않다.
고유의 색을 가진다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나는
상상 속에서
보다 나은 색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색칠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