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흡수합병 전, 티빙의 마이크로 기획
12월 1일로 예정된 티빙의 '시즌' 흡수합병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즌의 콘텐츠를 가져오면서 티빙의 플랫폼도 개편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존 시즌 이용자라면 티빙에서의 경험은 꽤나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에서는 클립 만들기, 댓글 기능, 성별/연령별 시청 정보, 출연진 아카이브 등 OTT 계의 검색엔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소 과하게 제공하고 있거든요. 반면에 티빙은 다른 OTT 플랫폼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비교적 많지 않습니다. OTT 서비스 가입 시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용요금(42%), 콘텐츠(38%)이고, 앱 기능과 관련된 사항들은 10% 내외라고 하니 기능이 적은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닐 것입니다. (메조미디어 OTT 업종 분석 리포트_2022.03)
환승연애 말고 환승검색
티빙에서 아쉬웠던 기능 중 하나가 단순한 검색 기능입니다. 굵직한 뼈대를 탭 메뉴로 구분한 것 외에는 검색 결과를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검색을 할 때 특정 검색어를 바로 입력하여 필터가 굳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키워드를 입력하여 리스트를 탐색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먹방'이라는 키워드나 '송중기'라는 배우 이름처럼 말이죠.
먹방 TV 프로그램에도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세분화된 카테고리가 있고, '송중기' 배우님의 출연 작품도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검색 결과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 검색 필터까지 제공된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더 용이하게 얻을 수 있겠죠. 이미 티빙에서는 탐색 페이지에서 디테일하게 필터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능이 검색 페이지에도 적용된다면 사용성이 개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시즌의 콘텐츠까지 추가된다면 더 많은 콘텐츠를 커버해야 하는데 최소한 검색 기능의 떡튀순인 '인기순, 최신순, 오래된 순'이라도 제공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추천도 통역이 되나요
앞서 티빙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반면에 추천 서비스는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홈 화면에서 제공되는 추천 리스트를 탐색하다 보면 쇼핑몰에서 아이쇼핑하는 것 마냥 재미가 있습니다. 티빙에서는 추천 테마가 명확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흡입력은 강하지만 그만큼의 설득력을 보여주지는 못 합니다.
우선, 개인화 추천을 보면 '엥? 내가 이걸 좋아할 거라고?' 싶습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티빙은 저에게 중국 드라마를 가장 먼저 추천해 줍니다. 하지만 시청기록에는 전혀 중국 관련 드라마나 영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관련 검색을 한 것도 아니고 찜해 놓지도 않았습니다.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전혀 아닌데 좋아할 만하다고 하니 왠지 티빙에 대한 신뢰도가 폭삭 가라앉습니다. 저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저도 모르는 취향이 반영된 게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티빙의 서비스 방향성을 보면 개인화 추천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습니다. *티빙에서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목표로 관련성, 참신성, 의외성을 가진 작품의 추천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꽤 납득이 되는 결과죠? 정말 참신하고 의외의 결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관련성 측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결과를 보여주거나 타당한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티빙의 개인화 추천은 이렇게 추천이 된다!'라고 힌트라도 준다면 적어도 호소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참신성과 의외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말 상극인 추천을 받아 서비스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램 추천 제외 기능이 있다면 더 정확성 높은 추천 서비스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티빙은 음악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처럼 다른 사용자의 컬렉션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별도의 안내가 전혀 없었기에 대강 이런 거겠지라고 생각만 했습니다. 아마 티빙의 참여형 이벤트로 사용자가 직접 컬렉션을 만들면 티빙이 추천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무슨 서비스인지 안내를 제공하면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매력이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SHOW ME THE 미리 보기
티빙 하단 바 두 번째 메뉴에는 '공개예정' 메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공개될 프로그램의 예고 영상과 간단한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입니다. 사실 이건 티빙의 서비스 방향일 수도 있고 서비스 정책 상 이렇게 제공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살포시 저의 의견을 얹어보자면, 기존 티빙의 찜 기능이나 예약 알림 기능을 이용하여 프로그램 소식을 제공하거나 검색 결과에 공개 예정작이 노출된다면 서비스의 활용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OTT 서비스 중에 티빙을 꾸준히 잘 이용해 온 사용자입니다. 다양한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도 물론 한몫했지만 앱의 심미성과 핵심 기능만 가볍게 제공하는 점도 개인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만족하며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미성을 고려하여 버튼 크기가 작게 제공되는 점이나 때때로 있을 법한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등 아쉬웠던 점도 물론 있습니다. 여전히 티빙을 애정하고 잘 이용하고 있는 유저로서 시즌 흡수합병 후에 티빙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얼른 만나보고 싶습니다.
/ 23.11.05 | 24.07.29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