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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 fly Sep 17. 2022

10개월 차 기획자의 회고록

나의 '기획서 작성' 십계명


기획자의 역량을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기획자의 결과물인 기획서일텐데요. 처음 기획 업무를 할 때까지만 해도 '뭘 적어야 하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UI만 덩그러니 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나름대로 잘 만든 기획서에 대한 욕심도 생겼고, 고연차가 되면 완벽한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허황된 생각으로 기획서를 바라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은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서는 정녕 디자이너와 개발자만을 위한 문서인가요?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기획서는 최대한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꼼꼼하고 상세하게 기획서 작성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어쩌면 TMI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기획서를 작성할 때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알기 쉽게, 보기 편하게, 깔끔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알잘딱깔센 정신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도 알잘딱깔센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디자인이나 개발이 완료되면 기획서의 의도와는 다르게 된 부분이 작든 크든 늘 있었고, 이 점이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창피하기도 하지만 '이럴 거면 뭐하러 꼼꼼하게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거지' 싶기도 했습니다.


내가 다닌 회사만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기획자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걸까? 너무 많이 적어서 핵심을 간과한 걸까?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걸까? 더 상세하게 작성을 해야 하나? 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정의를 해줘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물론 기획서를 보며 작업을 하는 당사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회사 분위기 상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기보다는 주로 문서나 채팅으로 소통을 하였기에... 어떻게 말해야 될지 감도 안 잡혔고, 기획 자체가 아니라 기획 문서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괜한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쯤, 이 고민에 대한 답변을 간접적으로 사수분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나중에 결과물을 검수하기 위해서 기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줘야 한다.' 즉, 기획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기획자도 보는 문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검수할 때마다 상세하게 적은 기획서는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여러 프로젝트를 한 번에 맡게 되면 직접 기획한 기능인데도 불구하고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 기획서에 친절하게 뿅 나온 디스크립션은 과거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배려쟁이 자싁^^ 칭찬해~


여러 기획 작업을 거치며 알게 된 것은 '기획서 작성에 내가 찾는 정답은 없어도 모범답안은 있다' 더라고요. 물론 모범답안을 적어내기엔 당연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기획자로서 성장해야 할 길이 아직 까마득합니다만... '최소한 이것만은 지키자!' 하는 저의 기획서 작성 십계명은 이렇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제목이 거창하네요;;


나의 기획서 작성 십계명

1. 명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애매한 표현을 최소화하자
2. 새로운 기능이나 낯선 기능에 대해서는 간략한 개요를 작성하자
3. 정말로 강조해야 하는 부분은 작업 요청 시에 다시 한번 전달하자
4.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우나,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명확히 알자
5. 나도 모르는 기능이면 답이 없다
6. 읽고 읽고 또 읽어보자
7. 일관되게 작성하자
8. 나를 믿지 말고 내 기획서를 믿자
9. 어쭙잖은 디자인/개발 지식으로 괜한 혼돈을 만들지 말자. 아직 그럴 단계 아니다
10. 내 손아귀에서도 발자취(히스토리) 남기는 것을 습관화하자


사실 이렇게 작성하지 않았으면 경험으로만 느꼈을 것들인데 글로 정리하고 보니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회고록을 통해 성장하는 기획자로서 더욱 단단해지길 바라며 오늘의 회고록을 마치겠습니다!


/ 23.11.05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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