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은 다 기획으로부터 시작된다
저는 뚜벅이라 매일 지하철 4호선을 약 50여 분간 타며 통근을 하고 있는데요. 지하철이 하나의 움직이는 앱 서비스라고 생각하니 '이건 좀 불편한데?', '이건 아쉽다' 하며 기획자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가끔 다른 호선을 타기도 하지만 주로 4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4호선 기준으로 기획자 입장에서 '지하철 내 안내 서비스'에 대한 아쉬운 점 몇 가지를 간추려 정리해 보았습니다.
있었는데요, 없어졌어요.
출퇴근 지하철에서 노래도 안 듣고 그냥 멍하게 있는 사람이 정말 찐이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보통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많은 승객들이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기관사님이 직접 안내방송을 하는 경우가 하루에 한 번은 꼭 있는 것 같은데요. 지연이라든지... 지연이라든지... 지연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런 안내가 나올 때마다 어떠한 힌트도 없이 갑자기 방송이 송출됩니다. 그래서 '앗! 안내방송 나온다!'하고 음악을 멈추거나 영상을 멈추려 할 때면 어느새 안내방송은 끝나 있습니다. 다시 되돌릴 수도 없죠. 마치 게임 플레이를 하는 와중에 작은 텍스트로 1초 만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팝업 메시지처럼요.
최소한 사용자들에게 안내방송이 나온다는 힌트를 주고, 안내방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아~ 이제 기관사님 안내방송 나오겠네' 하고 말이죠. 예를 들면, 기관사님의 안내방송은 띵동! 하고 효과음 2초 후에 안내방송이 시작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실제로 지하철의 녹음된 안내방송에는 다양한 효과음이 사용되어, 효과음만 들어도 대충 어떤 안내인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죠 선생님...?
지하철을 타다 보면 한 번씩은 꼭 보게 되는 광경이 "ㅇ ㅕ기 ㅇㅓ디ㅣ지..?" 하며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전광판을 찾는 모습입니다. 몇 년을 타도 익숙하지 않은 건 호선마다 또 지하철마다 전광판의 위치와 기기 그리고 안내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은 볼 수 있는 전광판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4호선에서는 LED 전광판, 돌출형 LCD 전광판, 출입문 상단 전광판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전광판 타입 중, LED 전광판이 가장 오래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보 획득에 가장 용이했습니다. 물론 어떤 정보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서 '현재 역정보와 내릴 문의 위치'를 찾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1) 가장 중요한 정보의 배치
만원 지하철에서 착석 또는 입석해서 전광판을 볼 경우, 입석 인원에 의해 화면의 상당 부분이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그나마 화면 상단이 눈에 가장 잘 들어옵니다.
하지만 LED 전광판을 제외하고는 '이번 역'에 대한 정보가 화면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상단 부분에는 보이는 정보가 아예 없거나 부수적인 정보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화면 상단에, 비교적 덜 중요한 정보(종착역, 시간, 로고 등)는 화면 하단에 배치하는 것이 정보획득에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필요한 정보 제공
2개의 스크린을 사용하는 돌출형 LCD 전광판과 매립형 전광판은 비교적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역사 내 시설 위치, 혼잡도, 환승역 정보, 해당 호선의 전체 노선 등 처럼 말이죠.
하지만 전광판은 이런 정보들을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얻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닐 것입니다. 집중해서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금방 다른 화면으로 전환이 됩니다. '일단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다 줄 테니까 알아서 찾아봐' 이런 느낌이랄까요. 물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정보 획득에 필요한 시간이 단축되겠죠.
가장 필요한 정보는 '이 역이 내가 내려야 하는 역인가'이고 나머지 정보는 사실 부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정보의 시인성을 고려하여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보 전달의 효과성이 떨어진다면 필수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과감히 빼거나 다른 전달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3) 전광판 위치
LED 전광판과 돌출형 LCD 전광판은 통로에, 매립형 전광판은 출입문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나마 통로에 위치되어 있으면 입석 인원 틈 사이로 어떻게든 볼 수 있지만, 출입문 상단에 있을 경우에는 착석 승객 기준으로 반대쪽 전광판만 볼 수 있으며, 그마저도 만원 지하철에서는 틈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 일부 입석 승객도 각도에 따라서 전광판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입문 상단 전광판이 조금 더 돌출되어서 여러 각도에서 보일 수 있게 했더라면... 물론 실제로 여러 각도에서 잘 보이는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등 인체 공학적으로, 또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경제적으로 고려할 것들이 많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에서 개선된 부분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신식 지하철에서는 출입문 양옆면에 달린 녹색 LED 등으로 열리는 문의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문이 닫히기 직전부터는 LED 등이 적색으로 점멸되면서 경고를 하여 보다 안전하게 이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감으로 언제 닫힐지 눈치 싸움을 했다면 새로운 방식은 이용자들에게 힌트를 제공합니다. 색상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여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것은 앱이나 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치라 반갑더라고요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460117
/ 23.11.05 | 24.07.29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