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알고 가자
요즘 들어 다시 포르투갈의 인기가 뜨거워지는 것 같다.(철저히 본인 주변 기준)
내가 포르투갈로 처음 유학 갔을 때만 하더라도 리스본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기 힘들었었고, 한식당은 1개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포르투갈이 맞는지 포루투칼이 맞는지 헷갈려할 만큼 국명조차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만의 장소로 품어오던 포르투갈이 방송 몇 번을 타더니 핫플로 지정되어 코로나 바로 직전에는 아시아나 직항 항로가 생길 만큼 핫해졌다. 그리고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포르투갈이 대화의 소재가 되면 리스본을 여행했는데 좋았다느니, 포르투가 인생 여행지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카톡 프로필에는 포르투의 동 루이스 다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걸어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아 관광 전성기를 맞던 포르투갈도 물 들어올 때 신나게 젓던 노를 잠시 내려놓게 되었고, 한동안 잠잠했지만 이제 다시 여행산업이 살아나면서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예전처럼 늘어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주의할 점을 미리 알고 가면 더 재밌는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포르투갈행을 계획하는 예비여행객을 위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자 한다.
1. 자나 깨나 소매치기 조심!!
리스본에서 만난 친한 형은 자신이 4년 전(그러니깐 2013년도)에 포르투갈을 여행할 때는 자신의 가방 지퍼가 벌어진 상태로 돌아다녔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다가와서 가방이 열려있다고 잠가주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사는 게 힘들어져서일까.. 포르투갈에서 그러한 친절은 이제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다. 그만큼 소매치기가 많아졌고,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의 방법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1)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매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 다운타운 같은 곳은 늘 소매치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와 함께 공부하던 대만 유학생은 등에 맨 가방이 열린 줄도 모르고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는데 버스 타러 가서 가방이 너무 가벼워짐을 느끼고 확인했지만 이미 노트북이 털린 뒤였다.(그다음 날 학교에서 어찌나 열분을 토하던지..) 다른 중국인 유학생은 크로스로 맨 가방지퍼가 열린 채로 중심부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도중에 확인해 보니 이미 지퍼는 확 열려있고 안에 있던 지갑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다.
구경하다 보면 감각이 무뎌져서 무게의 차이나 다른 사람의 손길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선 습관적으로 가방을 앞으로 매고 다녀야 한다.
(2) 카페에선 짐을 항상 가까이에 두기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외국의 카페에서도 한국에서의 습관처럼 핸드폰이나 카메라, 지갑 등을 테이블에 자유로운 영혼처럼 뿌려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한 예로 리스본 중심에 있는 어느 스타벅스에서 한국인 유학생 6명이 모여서 떠들고 과제를 하고 있었다. 단체로 있었기 때문에 경계심이 약해졌던 탓일까,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은 의자와 책상을 사용하면서 가방을 전부 발 밑에 두었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확인하니 6개의 가방이 전부 털린 뒤였다.
외국의 카페에서 혼자 있는데 만약 화장실을 가야 할 경우가 있다면, 이왕이면 2명 이상 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테이블을 좀 봐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짐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절대!! 테이블에 귀중품을 두고 돌아다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3) 지하철 문 옆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지갑을 꺼내지 않기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타고 있을 때는 문옆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지하철 문 옆에 있다고 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거나 차라리 종이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지하철 문이 닫히는 그 찰나에 핸드폰을 훔쳐서 도망가거나 지갑을 빼서 도망가는 수법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소매치기 방지용 끈 같은 것을 휴대폰과 가방에 연결해 두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제일 안전한 방법은 안주머니 깊숙이 넣어두고 지하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4) 집시 조심
번외로 길거리를 떠도는 집시들도 조심해야 한다.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소매치기가 많냐'라고 물어보면 '그거 다 집시들이야'라고 대답한다.
그 정도로 길거리에는 집시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리스본 외곽에는 집시촌도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관광객 뒤를 바짝 쫓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몰리는 구간에서 슬쩍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뜨랭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밀집되어 있는 사람들 틈으로 물건을 슬쩍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건, 포르투갈어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집시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말할 때 어금니 쪽에 금니가 박혀있는지 보라는 말을 듣고 나선 길거리에서 말하거나 웃고 있는 집시들을 볼 때면 이를 유심히 곁눈질하곤 했다.
2. 동전가방의 소중함
포르투갈에서 카드를 주로 사용할 거라면 문제가 안되지만, 카드 수수료도 있고, 작은 상점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현금은 늘 챙겨서 다녀야 한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보통 카드보다는 현금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근데 문제는 현금을 사용하는 건 좋지만, 그에 딸려 오는 동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1유로, 2유로짜리가 동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0.6유로짜리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1유로를 내면 10센트짜리 동전 4개 또는 20센트짜리 동전 2개를 주던가, 사장님이 푼돈처리를 한다 싶으면 5센트짜리 동전을 몇 개 넣어서 주실 수도 있다. 그럼 바로 주머니는 동전끼리 찰랑거리는 소리로 팡파레를 울린다.
한국에서는 주로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전지갑을 사용하지 않지만, 포르투갈은 아직까지는 현금을 주로 애용하기 때문에 가볍게 동전을 모아둘 수 있는 파우치 같은 것을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3. 마약 판매쟁이들 조심!!
어스름한 노을이 깔리는 시간대에 리스본의 골목길에는 마약 판매쟁이들이 출몰한다(Baixa Chiado 지역 근방에서 주로 봤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대로변도 예외는 아니다. 주로 혼자 걸어 다니거나, 지리에 어수룩해 보이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 같은데, 몰래 스윽 다가와서 낮은 소리로 마리화나? 하고 말한다. 무시하고 지나가면 다행히 해코지는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스무스하게 지나치면 된다.
4. 팁문화는 없다
포르투갈에서 계산을 할 때 몇 번 받아봤던 질문 중에 하나는 팁을 줘야 하는 것이다.
대답은 NO다.
포르투갈은 따로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팁문화가 없다. 다만, 주고 싶다면 영수증 가격의 10% 정도로 팁을 주고 오면 되는데 그럼 굉장히 좋아한다.
5. 음식물 찌꺼기는 쓰레기통에!!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소에서 머물 경우 주방이나 거실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먹거나 가볍게 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먹고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는 부분에서 난감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음식물 찌꺼기봉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같은 분리수거 쓰레기는 따로 모으기도 하지만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한 곳에 모아서 함께 버린다.
6. 캐리어는 무조건 튼튼한 걸로!!
포르투갈에서 캐리어가 망가져 곤란했던 지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포르투갈의 길바닥은 우리나라처럼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아니라, 돌을 다듬어서 박아 넣은 돌길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지 않은 캐리어는 금방 바퀴가 빠지고 부서지기 쉽다.
나와 함께 포르투갈 지방도시를 여행했던 친구는 결국 캐리어 바퀴가 망가져서 그 무거운 캐리어를 직접 이고 지고 다녀야 했다.
가성비를 따지기 보단 내구성을 먼저 따지는 것이 좋다.
7. 선크림 필수!!
여름에 여행 오는 관광객들에게 선크림은 필수 중에 필수템이다.
특히 남자들은 뭐 바르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그냥 로션만 바르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40도는 우습게 도달하는 포르투갈의 태양 아래 까맣게 타기 싫다면 선크림은 늘 듬뿍 바르고 다녀야 한다.
여름에 포르투갈 남부 여행을 했는데 미처 발에는 선크림을 바르지 못해 쪼리로 가려지지 않았던 나머지 살들은 화상을 입어 한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8. 포르투갈에선 관광세(tourist tax)를 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등록하거나 에어비앤비 또는 호텔에서 묵었을 때 본인이 생각해던 것보다 가격이 더 청구되어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이는 관광세 때문이다.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관광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종의 관리비(?) 명목인 것 같다. 보통 2유로 정도 낸다.
9. 식전 빵은 유료!!
거의 대부분의 유럽 식당들이 그럴 테지만 레스토랑에 방문했을 때 음식이 나오기 전 기본적으로 세팅되는 빵과 통올리브는 먹을 경우 돈을 내야 한다. 안 먹더라도 만약 테이블에 계속 남아있을 경우 식당 주인은 이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가격을 포함해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먹지 않을 경우에는 점원에게 가져가라고 해도 된다. 난 올리브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올리브는 주로 먹는 편이다.
10. 진리의 케바케
만약 포르투갈에서 공공기관에 방문해야 하거나 은행에 볼 일이 생기는 경우, 또는 비자가 만료되어 연장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포르투갈은 케바케의 나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규정이 뚜렷하고,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철두철미하기 때문에 한번 안 되는 것은 어지간 해선 번복되기 힘들지만, 포르투갈은 누가 업무를 처리해 주냐에 따라 성사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1년 간 포르투갈에 있을 때 처음 한국에서 받아왔던 6개월짜리 비자가 만료되어 연장을 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전에 미리 깐깐하기로 유명한 평판을 익히 들어 매우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웬걸, 아주 수월하게 면담이 끝났고, 바로 6개월 비자를 추가로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같은 이유로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방문한 내 동기는 앞으로 일정, 귀국 계획 등 세세한 부분을 꼬치꼬치 물어보고 겨우 비자를 연장받았다.
현지 은행 계좌 개설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끊을 때도 똑같은 기관에 방문했지만 A직원에게는 거절당하고, 다음 날 B직원에게는 통과되어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제출한 여권 등의 서류는 모두 동일했다)
그날의 직원들의 기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현지인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길거리 기념품샵에서 판매하는 포르투갈 국기 배지를 구매해서 셔츠 가슴 부분이나 티셔츠에 꽂고 다니는 것이다.
친한 형은 입고 다니는 재킷 카라 부분에 국기 배지를 달고 다녔는데, 은행을 가든 공공기관을 가든 늘 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아주 수월하게 필요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었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배지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왔다. 나도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나는 중요한 자리엔 배지를 늘 착용하고 나갔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하긴 나라도 태극기 배지를 단 외국인이 나랑 같은 공간에 있으면 괜히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그 외에도 개를 많이 키우는 특성상 길거리에 개똥이 많고, 급한 경우 수돗물은 그냥 먹어도 된다는 등 사소하게 말해줄 것이 정말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이다.
주의할 부분만 잘 지키면 포르투갈은 내가 여행했던 나라 중 가장 안전하고 친절한 국가이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