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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Jan 18. 2023

에스프레소가서 포르투갈 한 잔??

포르투갈의 커피문화에 대하여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


-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 페리고르 (중세 프랑스 정치가)



 카페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기분 좋아지는 고소한 로스팅 향기, 그리고 이내 느껴지는 따뜻한 잔의 감촉과 청각을 자극하는 후루룩 소리, 혀에 머금고 조금씩 식힐 때마다 달라지는 맛의 변화,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면서 입안 가득 남기는 풍미 진한 잔향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커피 한 잔엔 정말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그리고 그 맛에 커피가 오랫동안 전세계 사람들에게 물 다음으로 가장 사랑받는 음료로써 각광받는다는 점엔 어떠한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맥심을 제외한 으른들의 커피,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시게 된 계기는 고 3 수험생 시절, 어디선가 공부가 안될 때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잠을 깰 수 있다는 이야길 듣고 학교 매점에서 판매하던 원두커피를 접하면서 부터이다. 

 처음엔 "몸에 좋은 약이 맛도 쓰다" 라는 옛 명언을 믿고 쓸수록 각성효과가 좋겠지!! 하는 생각으로 거의 약을 마시듯 홀짝거렸지만, 어느 새 중독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맛을 음미하게 되었고, 점점 맛잇는 커피를 찾아 주변 카페들을 배회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가히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한 잔당 천원이 안되는 가격으로(보통 0.6유로 정도) 다양한 커피를 실컷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인 영향 또한 거의 받지 않아 매일 다른 카페를 전전하며 여러가지 커피를 맛보러 다녔다.


 오늘의 포스팅은 바로 포르투갈의 커피와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페라떼와 같은 용어들이 포르투갈에서는 전혀 다른 용어로 쓰이고 있고, 그 종류 또한 비슷해보이지만 매우 다양해서 초행자에겐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커피의 역사


1)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 (출처: 구글 이미지)


 먼저 커피가 어떠한 경로로 처음 발견이 되었느냐를 살펴보면 칼디(Kaldi)설, 오마르 설, 모하메드 설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기원설은 에피오피아의 목동 칼디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확한 시기와 역사를 전하는 기록은 없지만 이탈리아 로마 대학 언어학 교수인 파우스투스 나이론 교수가 1671년에 출간한 <잠들지 않는 수도원>이란 저서에선 에피오피아 고원의 염소를 돌보는 목동 칼디(Kaldi)가 어느 날 빨간색 열매를 먹고 힘을 발산하는 염소들을 발견하고는 그 열매를 가지고 지역의 수도승을 찾아가 힘이 나는 열매를 발견했다고 하며 건네줬는데, 이를 쓸데없는 얘기라 치부한 수도승이 열매를 불에 던져 넣으며 커피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불에 던져진 열매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자 열매를 갈아 물에 타서 마셔보니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밤샘 수련에 정진할 수 있게 되어 처음엔 종교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후 커피는 이슬람 문화권의 아랍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지순례를 오가는 신도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예멘에서 처음 커피 경작이 시작되었고, 1554년에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카페가 탄생하게 된다.


2) 프랑스령 기아나 총독 부인으로부터 커피 종자를 건네받는 팔레타 (출처: 구글 이미지


 우리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유럽의 커피는 아랍 국가를 오고가며 무역을 했던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17세기에 처음 유럽 대륙으로 들여오게 된다. 그리고 1645년 이탈리아에 유럽 최초의 카페인 "café Florian"이 문을 열었고, 조금 이후인 1659년 프랑스에도 공중 카페가 오픈하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커피가 전파되게 된다.


 세계적으로 제국주의가 절정이던 18세기에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등 당시 이미 커피 맛을 알아버린 유럽 국가들은 새로 개척한 식민지에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을 건설하고, 대량으로 원두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경로로 남아프리카에는 처음으로 수리남을 통해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커피 경작이 시작되면서 커피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당시에 그 지역은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국경 다툼으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에 인접한 국가인 브라질은 자국의 영토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프란시스쿠 드 멜루 팔레타(Francisco de Melo Palheta)라는 군인을 프랑스령 기아나 국경지대로 보내게 된다. 그러나 여기엔 극히 상업적인 목적도 있었는데, 역사학자 아나 루이자 마르틴스 (Ana Luiza Martins)에 따르면 당시 프란시스쿠를 파견한 브라질 빠라(Pará)주의 주지사는 돈이 될만한 농작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국경지대로 출동한 프란시스쿠가 커피의 존재를 확인하고 프랑스령 기아나 총독의 부인을 유혹해 꽃다발 속에 커피나무 묘목과 씨앗을 숨겨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흡사 우리나라 문익점 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어렵게 구해온 커피나무 씨앗은 1727년 빠라 주에 심어지고 최종적으로 경작에 성공하면서 지금 세계 재패에 성공한 브라질 커피의 서막을 열게 된다. 

 당시 포르투갈의 왕은 마프라 궁전, 꼬임브라 대학교의 명물인 주아니나(Joanina) 도서관을 건축한 것으로 유명한 동 주앙 5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브라질이 바로 커피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1760년 대까지는 내수 시장에서만 소비가 되었다. 국내 수확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781년 토지와 기후가 커피 재배에 적합한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와 상파울루(São Paulo)에서 경작이 이루어지면서 커피 농사가 풍년을 맞이하게 되고 19세기에 노예 노동력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대형 플랜테이션 농업이 형성되었으며 대외적으론 유럽, 미국 등지의 커피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금주기에 이어 브라질의 새로운 황금기인 커피주기가 시작되게 된다.

 당시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던 커피는 당연히 포르투갈로 상납하게 되어 포르투갈에도 질 좋은 브라질의 커피가 소개되었다. 덕분에 18세기의 포르투갈에도 17세기 프랑스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카페들이 개업하게되고 (Martinho da Arcade, Café Tavares, Café Nicola 등등) 사람들이 사교활동을 위해 모이는 이 곳에서 문화와 예술이 꽃피게 된다.


 브라질을 거쳐 포르투갈로 유입된 커피는 이후 다른 포르투갈의 식민지에도 소개된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을 통해 앙골라와 카보 베르드에 커피가 들어오게 되었고, 1800년 경엔 브라질을 거쳐 상토메 프린시페로 커피가 유입되게 되었다. 그리고 동티모르에는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커피가 소개되었다. 그렇게 포르투갈은 다양한 식민지로 부터 커피를 공급받아 자국만의 커피 문화를 발전시키게 된다.




                          포르투갈의 커피산업


3) 포르투갈 커피 소비 현황 (출처: Grande Consumo)


 포르투갈 사람들이 얼마나 커피를 좋아하는 지 한번 살펴보자.

현대경제연구원 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연간 1,8kg의 커피를 소비한다. 이는 연간 353잔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거의 하루에 한잔 정도의 커피를 소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마 인스턴트 커피 소비량이 많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와 비교했을 때 포르투갈은 연간 인당 4,3kg 규모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한국의 약 2.5배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세계 커피 소비국 중 20번째로 많이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또한 유럽국가 중에 유일하게 직접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인데,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포르투갈의 자치구인 아쏘리스 제도에서 유기농 원두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 사람들의 커피 소비 유형은 어떻게 될까?

포르투갈 시장조사 분석 기관인 InMarket 자료에 따르면 17,8%의 사람들이 1일 1잔의 커피를 즐기며, 42,3%의 사람들이 1일 2잔의 커피를 소비한다. 22,2%의 사람들은 한 잔(에스프레소 잔 기준)이 조금 안되는 양의 카페인을 즐긴다고 하는데 이를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60% 이상의 포르투갈 사람들이 하루에 온전히 한잔 이상의 커피를 꾸준히 즐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커피 소비자 중 약 50%의 사람들이 카페도 좋지만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조사가 2020년 2-3월달에 시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AICC(포르투갈 커피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80%의 포르투갈 사람들은 집 밖 카페에서 하루 2.5잔 정도의 커피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당연하지만 편안하고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가정(95%)에서 커피머신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캡슐로 된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덕분에 포르투갈 국내 에스프레소 캡슐 판매량은 급격하게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동안 방문했던 모든 포르투갈 사람들의 집에는 필수적으로 커피머신이 구비되어 있었고, 식사 후나 이야기를 할 때 꼭 에스프레소 캡슐을 내려먹었던 기억이 있다.

 커피머신보다는 주로 맥심과 같은 인스턴트 커피를 집에서 주로 즐기는 한국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


4) 포르투갈 국내 커피 산업 규모                                                    5) 세계 커피 산업 국가 순위(statista)


 원두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를 합산한 포르투갈 내 커피 시장 규모를 살펴보자면 2020년 기준 18억 9천5백만 달러 규모(약 2조3천억 원)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아 시장이 침체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2021년부터 다시 커피 시장이 활성화 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까지 약 8.2%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국가 중에선 32번째로 큰 시장규모이다. 역시나 1,2등은 스타벅스를 보유한 미국과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3번째로 큰 시장이라는 건 조금 의외의 결과지만


6) 전세계 커피 수입량 국가 순위                                     7) 전세계 커피 수출량 국가 순위 (출처: World's top export)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전반적인 커피의 수입 및 수출량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수입 현황을 보자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으로 그 규모는 58억 달러 (US$5.8 billion, 한화 약 7조73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커피 수입량의 19.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 뒤를 독일과 프랑스가 잇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2억6천만 달러(약 3,160억 원) 규모를 수입하고 있고 전세계에서 22번째, 유럽 연합 내에선 11번째로 많이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주된 수입국은 브라질과 베트남, 온두라스이다.


 수출량을 보자면 포르투갈은 주로 로스팅된 원두를 많이 수출하는데 약 9천 4백만 달러(약 1,146억 원) 정도의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34번째, 유럽 연합 내에선 12번째 순위이다. 참고로 한국의 순위는 85위이다.

 역시나 커피 수출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브라질로 46억 달러(US$4.6 billion, 약 5조6천억 원) 규모를 수출하고 있고, 이는 전세계 수출량의 15.1%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브라질의 뒤를 이어 콜롬비아, 스위스, 베트남이 순서대로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커피 생산국으로 유명한 남미국가와 베트남과 함께 스위스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글로벌 기업인 네슬레(Nestlé)의 역할이 큰 것 같다.

포르투갈의 주된 수출국으론 35%의 비율을 차지하는 인접국가인 스페인과 그 뒤로 프랑스와 그리스가 있다.




                       포르투갈의 커피기업



8) 포르투갈 대표 커피 브랜드 (출처: AICC)               9) Delta Q 카페 리스본점 내부 (출처: Delta Q)


 포르투갈 커피산업은 크게 4개의 회사들을 중심으로 로스팅 원두 판매와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델타(Delta), 네슬레(Nestlé), 누트리까페스(Nutricafés) 그리고 뉴커피(Newcoffe)가 그 회사들이다. 다국적기업인 네슬레를 제외하고 다른 3개는 포르투갈 현지 브랜드로써 앞서 살짝 언급했던 Associação Industrial e Comercial do Café(AICC) 라고 하는 커피산업협회에 속해있다. 이 협회의 경우 포르투갈 내 커피의 유통과 공급을 대표하는 총 34개 회원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협회 내에선 물론, 전체적으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커피기업은 그림 8)에서 삼각형 모양의 브랜드 로고를 가지고 있는 Delta (델타)이다.

 델타는 그림 3)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집에서 사용하는 커피 머신, 그 머신에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캡슐, 그리고 일반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까지 포르투갈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고 많이 찾는 커피 브랜드이다. 포르투갈에 가시면 일반 카페나 레스토랑의 간판 또는 마트 커피 코너에서 그림 8)과 같은 마크를 많이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델타가 포르투갈에서 제일 규모가 큰 로스팅 원두 생산 및 유통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Delta Q라는 자사브랜드 카페를 운영하며 그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델타는 1961년에 알렌떼주 지방에 있는 Campo Maior(깜뿌 마이오르)이라는 도시에서 Rui Nabeiro(후이 나베이루) 회장이 3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한 포르투갈 커피 기업이다. 현재는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중국을 비롯해 세계40여국에 직영 및 대리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포르투갈 커피 시장 내에선 꾸준히 25%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증하듯, 델타 에스프레소 커피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자그마치 960만 잔이 소비되고 있으며 연간 3억 4천만 유로(한화 약 4640억)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포르투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종합 1위에 델타가 꼽힌 것도 과장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리스본에서 생활할 때 일부러 Delta Q 카페를 자주 방문하곤 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아닌 자사 주력 제품인 델타큐 커피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어 에스프레소를 내리긴 하지만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다양한 커피 종류를 접할 수 있으며 가격 또한 저렴하고, 맛있는 브런치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며 할 일을 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리스본에 가시면 꼭 한번 구글지도를 통해 델타큐 카페를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포르투갈 커피 종류


10) 포르투갈의 보편적인 커피 종류 (출처: The Portuguese Coffee)


 그렇다면 포르투갈에 가서는 어떤 커피를 어떻게 주문할 수 있을까!?

포르투갈의 커피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포르투갈로 가게 되면 메뉴판을 마주하면서부터 머리가 혼란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정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페라던지, 규모가 있는 카페가 아닌 이상 메뉴판이 영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로 적혀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개인적인 경험 상 모든 종업원이 “아메리카노”를 이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원하는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포르투갈의 커피 종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먼저 커피는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에스프레소 베이스인 블랙커피

2) 우유를 첨가한 라떼류

3) 디카페인 커피


 기본적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은 커피를 주문할 때 에스프레소를 가장 많이 찾는다. 에스프레소는 또 지역마다 사용하는 단어가 존재하는데 리스본(Lisbon)의 경우 비까(Bica), 포르투(Porto)의 경우 심발리누(Cimbalino) 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엔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살짝 소개하자면 리스본에서 에스프레소를 비까라고 하는 이유는, 처음 커피가 브라질에서 포르투갈로 소개되었을 때 첫 맛이 너무 썼기 때문에 설탕을 넣어 먹으라는 의미에서 포르투갈어인 "Beber isto com açucar"의 앞글자를 딴 약자가 굳어진 표현이라고 한다.  포르투는 당시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이탈리아산 브랜드인 "Cimbalino"였기 때문에 편의상 에스프레소를 그렇게 부르던 것이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표현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에스프레소를 까페 (Café) 라고 통칭하며 한번에 뽑는 에스프레소 양에 따라 잔에 꽉 차게 내리는 것은 까페 쉐이우(café cheio), 잔의 절반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양은 까페 노르말(café normal), 그보다 적게 내리는 것을 까페 꾸르뚜(café curto)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가 내려질 때 물이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카페인을 더 함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에스프레소이지만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를 찾는다면 까페 쉐이우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난 주로 이걸 마셨다)


 까페 쉐이우( Café cheio)가 그래도 에스프레소를 끝까지 추출해 어느정도 희석된 맛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강한 에스프레소를 찾을 땐 cheio를, 일반적인 맛보다 강한 맛을 찾을 땐 Curto를 주문하길 추천한다.


11) Café noraml                                                12) Pingado (출처: 구글 이미지)


 Café cheio가 에스프레소 원샷(One Shot)을 잔에 꽉차게 내리는 거라면 까페 두플루(café duplo)는 에스프레소 2샷을 하나의 컵에 담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카페인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더 진하고 강한 맛을 낸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메리카노라고 불리는 음료가 아방따나두(Abatanado) 이다. 이는 에스프레소 1샷을 내리고 일정량의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시킨 것이다. 포르투갈의 경우, 커피는 항상 뜨겁게 마시는 것이 문화적 관례이기 때문에 차가운 아이스커피의 개념이 없지만, 그래도 차갑게 드시고자 하신다면 젤루(Gelo, 포르투갈어로 얼음)를 따로 주문하여 부어드시는 방법을 추천한다. 센스가 있는 바리스타라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한번은 친구가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점원이 얼음이 담긴 컵이랑 커피를 따로 주며 넣어마시라고 한 적이 있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했지만 이렇게 얼음과 커피를 따로 준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길!! 그대로 얼음에 커피를 부어 마시면 된다!!


 이번엔 커피에 우유를 첨가한 라떼류를 소개하겠다.

먼저, 핑가두(Pingado)는 café normal에 증기로 내린 스팀밀크를 조금만 첨가하여 에스프레소의 쓴 맛을 감소시키고 부드러움을 첨가한 커피이다. 카페라떼의 많은 양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한다.

 반면 가로뚜(Garoto)는 café curto에 Pingado 보다는 많은 스팀밀크를 첨가하여 좀더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한 커피이다.


13) Meia de leite                                                             14) Galão (출처: 구글 이미지)


 카푸치노는 우리가 알고 있는, 표면에 우유 거품을 풍성하게 덮어 폭신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인 커피이고, 메이아 드 레이뜨(Meia de leite)갈라웅(Galão)은 이름만 다르지 동일한 커피로써, 에스프레소 1샷에 나머지 잔을 스팀밀크로 채운 커피로, 주로 입구가 긴 유리잔에 담으면 Galão, 입구가 둥글고 넓은 커피잔에 담으면 Meia de leite로 분류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카페라떼와 가장 비슷한 커피로, 스팀밀크를 얼마나 적당한 농도로 내렸냐에 따라 그 맛이 무척이나 달라지는 커피이다.


 카페인이 몸에 잘 맞지 않아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겐 디카페인 커피를 추천한다. 포르투갈어로는 드슈까페이나두(Descafeinado)라고 하며,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이지만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 까리오까(Carioca)는 에스프레소 잔에 샷을 조금만 내리고 물을 많이 넣어 희석시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맛이 매우 약하고 카페인 또한 적게 함유되어 있다.


 이 밖에 여름철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찾는 독특한 커피 음료 중엔 마자그란(Mazagran)이 있다. 에스프레소에 레몬과 민트를 넣어 향을 살리고 럼을 섞은 뒤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커피인데 나는 술을 못해서 맛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커피라고 한다. (럼은 기호에 따라 빼고 만들 수도 있다)

 커피에 알콜을 첨가하는 음료가 한가지 더 있는데 바로 (까페 꽁 쉐이링유)Café com cheirinho 이다. 에스프레소에 브랜디나 과일주를 섞어 만드는 이 커피는 아쏘리스와 마데리아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이다. 그 지역에서는 까페 꽁 무지카(Café com Música), 즉 음악과 함께 하는 커피라고도 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15) 마자그란 커피                                                     16) 까페 꽁 쉐이링유 (출처: 구글 이미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커피는 Café normal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아침에 집을 나오면 습관처럼 집 근처 카페로 들어가 café cheio 한 잔을 마시고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설탕 한봉을 넣어 달달함과 씁쓸함이 섞인 따뜻한 커피는 그 맛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된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으로는 Pasteis de nata(빠스떼이스 드 나따), 즉 에그타르트를 추천한다. 에그타르트의 원조국답게 모든 카페에서 에그타르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설탕과 계피파우더를 적당히 위에 뿌린 달콤하고 따뜻한 포르투갈 국민 간식, 에그타르트와 그 맛을 극대화해주는 에스프레소는 훌륭한 한 쌍이자 든든한 요깃거리이다.


17)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 (출처: 구글 이미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포르투갈 커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카페 한 곳을 추천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경복궁역 3번 출구 근처에 있는 이 카페는 지금까지 내가 맛본 에스프레소 중에서 가장 포르투갈의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용하는 커피머신, 원두 등 모든 것을 포르투갈에서부터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델타 커피로부터 제공받은 원두와 에스프레소잔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카페를 방문해서 에스프레소 한잔 할 때마다 리스본의 어느 카페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경복궁 근처에 가게 되면 꼭 방문하는 카페로, 만약 포르투갈의 커피 맛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요즘은 인기가 많아진 덕에 갈라웅, 마자그란과 같은 포르투갈의 다른 커피 종류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커피를 마신 뒤 탄산수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커피의 텁텁함을 한번에 없애주기 때문에 꼭 탄산수로 입가심을 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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