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담배

by 사현

밖에 나갈 때마다 혼자 있는 네가 우스워 담배를 권했다 고개를 가로지으며 그런것일랑 전혀 권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덧 나란히 서있는 자리


착한 너는 일을 못 견뎌했다 내가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따귀를 얻어 맞을 때도 줄행랑 치는 그에게 섣불리 다가가 꼭 한마디를 얹곤 했던 너, 나는 그냥 멍청하게 우두커니 서있어서 괜스레 웃음기가 터졌다


사랑은 늘 별 거 아닌 일로 시작된다 사랑할 줄 알았으면 담배따위 권하지 않았을 것을, 그래도 못내 같이 서있는 골목이 섭섭하진 않아 이상한 사람이 된다


담배가 부족해 둘이 나누어 연거푸 연기를 뿜어낼 때에도 사랑은 피어났고 그래서 나는 담배가 참 좋았다 일이 지난해서 좋았다 착한 네가 못된 나를 닮아가는 것이 마치 사랑의 징표인양 몹쓸 마음을 가졌고

차마 너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라 편지에 쓴다 너에게는 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발된 편지는 나쁘지 않았다


수백개의 국화꽃으로 장식될 나는 사실 눈이 없어, 그래서 무서운 것은 보지 못하니까 날선 칼로 나의 목을 깨끗하게 도려내주련?

네가 주는 죽음은 선사였고 국화꽃은 나부끼며 최고의 장례식이 될테니


형체가 없는 몸에 두려움 같은 것은 갖지 마 수백개의 손 중 하나는 또다시 너에게 마지막 담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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