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

<사랑에는 마침표가 없다> 중 일부 발췌

by 사현

오로지 중생의 열반을 위해

영겁의 세월을 사는 등신불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합장하소서,

경건히 절을 올리는데


뺨에 스친

희미한 빗자국은

아무도 보지 못했나 보다


사실 불상은

죽기가 싫었고

아니, 한낱 중생을 위해

영원을 사는게 싫었고


등신불이 되는 게 못내 두려워

어둠 속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나를 태워도,

사리 한 점 나오지 않을 걸-


그런 작은 것쯤

아무도 깨닫지 아니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대자대비한 마음만을 바란다


아! 이다지도 생명은

잔인한데

가련한 불상, 그런 감읍할만한 것


아무도 없는 밤

절간의 어둠에 안겨

등신불을 안고 목놓아 울었다


차마 살해당할 수 없는 감옥에서

헤엄쳐나와

나와 그대 모두

이제는 죽음에 자리하기를.


<사랑에는 마침표가 없다> 중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