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movie color Jan 01. 2022

나는 어쩌다 낭만을 잃어버렸을까?

스타벅스에서 드는 생각

오늘은 2021년의 마지막 날이다. 회사에서 오후 반차를 일괄적으로 주어서 평소보다 일찍 회사를 나왔다. 맨날 거닐던 거리는 낮에 보면 낯설기만 하다.


스타벅스로 곧장 걸어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 밖 사람들을 보며 노래를 들으면 낭만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패드로 노래를 듣고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지금 딱 그러고 있다. 어느 정도 낭만, 감성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것일까?


이제는 낭만과 감성은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애플의 아이패드

소니의 블루투스 헤드폰

나를 표현하는 것들이 갑자기 너무 물질적이고 낭만과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낭만과 감성, 흔히 말하는 갬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 자기표현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마 인스타그램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회사들의 마케팅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들의 감성 마케팅이 통하는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돈이 없어도 낭만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어쩌다 나는 낭만을 잃어버렸을까?

아이패드 대신 낡은 수첩. 스타벅스 커피 대신에 믹스커피. 블루투스 헤드폰 대신 줄 달린 이어폰. 그런 것들로 나를 표현했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어쩌다 그 시절은 사라졌을까?


결국 이 글도 아이패드로 쓰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오웬 윌슨)은 1920년대 파리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리고 1920년대에 살던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는 1890년대 파리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리고 1890년대의 드가나 고갱 같은 예술가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기 위해 과거를 동경한다. 어쩌면 나도 그래서 지금의 낭만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길’은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파리로 이사를 오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쟁취한 것이다. 어느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나한테도 분명 좋아하는 것이 있을 테니 찾도록 하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자. 그래도 다행히 하나는 찾은 것 같다. 영화. 허상인 것 같으면서 본질이 담긴 그 이중적인 매력. 현실에서는 지나치는 것들을 담아주는 영화. 현실에서 외면당한 이야기들. 난 그 이야기들이 참 좋다. 현실적인 것을 찾지 말고 본질적인 것을 찾자. 나의 본질.


2022년이라는 새해애는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을 가지면 참 좋겠다.

그러면 좋겠다.

                                                                                                               

-2021 마지막 날의 나-

작가의 이전글 영화 <우리들>/ 우리는 왜 매번 서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