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랑은 놀지마"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by 도비앤

초등 1학년 입학은 어쩌면 아이보다 엄마아빠가 더 떨리는 시간이다. 꼬물꼬물했던 아기가 이렇게 커서 학교에 가는구나.


그 설렘의 시간 속에 나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제발 걔랑 다른반이기를..'


고작 8살짜리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주변에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남편에게는 말했다. 이번에 반이 늘어나서 4반이나 되던데, 제발 걔랑만 다른반이면 좋겠다고.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은 7살 이사온 곳에서 새로운 유치원에 가던 날이었다. 비교적 원만하게 친구를 잘 사귀고 적응을 잘 하는 편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유치원에 간 아이가 2일 연속 울었다고 했다. 3일째 되던날 등원을 하며 같은 반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다른 엄마에게 쭈뼛쭈뼛 말을 걸었다. 이사왔는데, 아이가 2일 연속 울었다고.


그 엄마는 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는데 대번 이OO이죠?라고 그 아이를 맞췄다. 그 아이는 이미 유치원에서 유명했다. 6살에 하도 자기 아이도 힘들어해서 선생님한테 걔랑 최대한 떨어뜨려 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담임한테 당부하라는 조언을 두 번 세 번 해주었다. 그렇다고 담임에게 놀지 못하게 해달라고 하는건 7살에게 과한 처사같아 보였다. 아들에게 괴롭히지말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시켜보냈다.


똑같이 7살인데 그 아이는 어느 날은 오징어게임을 보고와서 전파했고, 또 어느날은 귀멸의 칼날을 퍼트렸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다보면, 아무래도 초등학생 형이 있는 아이들이 신문물에 빠르고 때로는 거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도 그런 케이스인가했지만 놀랍게도 그 아이는 외동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오히려 그 아이랑 친해졌다. 남자아이들의 세계는 강해보이는 아이가 인기있는 경우가 많다. 아들에게 그 아이는 어느정도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것 같았다. 문제는 친해진 후에도 그 아이의 괴롭힘이 지속됐다는 점과 괴롭히는 걸 놀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초등 입학 반배정에서 많은 엄마들의 관심사는 그 아이가 몇 반이냐였다. 다른 반이 된 엄마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하필이면 또 같은 반이 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반에 아이들이 몇 명인데 다른 친구랑 놀겠지, 했는데 그 아이는 이제 괴롭힘도 업그레이드되서 자꾸 아이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했다. 아이에게 단호하게 말하는 연습을 시켜보냈지만, 돌아온 아이는 그래도 계속 놀린다고 속상해한다.


그 아이는 주로 혼자 등원을 하곤 했는데, 1년을 보내며 몇 번 그 아이가 엄마랑 등원하는 모습을 봤다. 그때마다 다가가서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떤지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데 그럴 순 없기에 언제나 상상에 불과했고 가을 쯤 됐을 때는 "제발 그 아이랑 놀지마"라는 말이 목구멍에 치밀어올랐다. 내가 겪기 전에는 이런 말을 아이에게 했다는 인터넷 속 이야기를 들으면, 그 부모의 인성을 의심했는데 내 아이가 괴로워하니 정말이지 어떻게든 그 아이를 떼어내고 싶다.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야하는 문제일까? 아이가 더 단단해져야할 기회를 막는 건 아닐까? 이젠 엄마가 개입해야할까? 담임과 상담을 해야할까?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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