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도 가장 친한 베프가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친구입니다. 대전 출신이었죠. 이제 안지 11년째가 되었네요.
친구로서 정말 많은 걸 저에게 알려주었고 항상 모범이 되어준 친구입니다. (짜증나게 키도 크고 잘 생겼습니다.)
그 친구는 후배들도 선배들도 여자들도 모두 좋아하는 인기남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친구였거든요. 어디에서 만난 사람이든 인사를 잘 하고 항상 웃으며 대하는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때론 싸움이 될 법한 상황에서도 양보를 하는 편이었고 자신의 의견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남자 친구들끼리도 칭찬을 잘한다는 거(남자들 사이에선 참 보기 드문 일입니다.)
좀 오래 지내다보면 그 칭찬이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지만, 좋은 점을 봐주고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한다면 칭찬이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2. 친한 친구다보니 몇 번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을 뵀는데 좀 많이 놀랐습니다.
상당히 자상하셨거든요.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친구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봐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아들의 친구인 저에게도 똑같이 대화해주셨죠.
그런 아버님의 모습은 우리 세대 아버님들의 전형적인 모습과 너무 달라 신기했습니다. 아버지와 대화가 많은 친구의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버지의 영향탓에 친구도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베인 것일거라 추측합니다.
3. 제 어린 시절 환경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권위적인 환경이 저를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어려웠고, 엄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대화하는 게 제일 두려웠었죠.(물론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셔서 너무 자상해지셨습니다만) 학교에가면 선생님들도 비슷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손바닥이나 엉덩이가 아닌 뺨을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많이 그리 맞았죠.
게다가 주변의 친한 형들도 상당히 무서운 형들이 많았습니다. 친하긴 했지만 그 권위에 도전하면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제 유년 시절에 존중이라는 단어는 그리 쉬이 흡입할 수 있는 공기가 아니었습니다. 가정, 학교, 또래집단 모든 곳에서 나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굴복해야 하는 환경이 조금씩 존재했습니다.
그러다가 저 역시 선배의 자리에 올라가고 힘이 조금 세어지던 사춘기 무렵, 나보다 약하거나 어린 친구들이 도전하는 걸 쉽게 받아주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보다 약한 애들을 때리거나 괴롭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친구들끼리 사소한 갈등이 있을 때 제가 힘이 더 세다는 이유로 친구를 의사를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일을 진행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4. 20대 중반에 와서야 큰 문화 충격을 겪게 되는데,
그 때 당시 여자친구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와서 그런지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했습니다.
남에게 바라는 게 많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좀 더 중시했죠. 남의 삶에 지나친 간섭을 싫어해서 항상 제가 혼나곤 했죠. 상대방의 인생에 변화를 바란다면 그 진심을 전달하거나 모범을 보여 감화를 시켜야지, 잔소리와 너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외쳐봤자 아무 의미없다는 그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나네요.
그렇게 저도 조금씩 변한 것 같습니다.
살다보니 참 많은 폭력의 순간에 마주하게 되었었습니다. 작게는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가 손님임에도 매너없이 함부로 대하는, 그릇된 일부 음식점 사장들이라든가 초면임에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크게보면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 개개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 세부적인 형태가 다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똑같더군요.
'내가 너보다 강하니까 너는 내말을 들어야 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대체로 나이, 힘, 지위, 돈 등이 있겠죠.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어릴 때 자기보다 강한 자 앞에 굴복해야 했던 사람일수록, 자신이 큰 힘을 가졌을 때 마찬가지로 남을 굴복해하고 싶어하고 그로 인해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것을요. 제가 그런 길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잘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굳이 남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도 그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막상 권위나 폭력의 수단으로 남들을 핍박하는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5. 아직도 때론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 일을 겪습니다만, 전보다 더 편하게 대처합니다. 상대방이 폭력의 수단을 이용해 저를 핍박하고자 하더라도 제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더불어 자기 자신이 폭력에 의해 지배당해왔기 때문에 남들을 폭력으로 제압하고자 하는 잘못된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아픈 상처가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도 피해자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내가 좀 더 유연하고 배려 있게 대하자 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참 부족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구요.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존중이라는 열매의 소중함을 항상 느끼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