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힘, 질문의 관점

관점을 바꾸면 장점이 보인다.

by 권민창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에서 2011년 4월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축출하려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현재 진행 중인 내전이다. 이 내전은 사망자 40만 명, 난민 1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 규모가 엄청났고, 민간인의 살상까지 이루어지자 미국은 이 전쟁에 개입하기로 결정한다. 영국을 방문 중이었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런던의 외무부 청사에서 2013년 9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미국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언제 공습이 이루어지는지, 어떤 규모의 공습인지, 시리아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의 질문이 진행 된 후, 어떤 여성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시리아가 군사공격을 피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한 사람은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던 CBS의 기자 마거릿 브레넌이었다.

케리 장관은 한참을 고민하다,

'시리아 정부가 다음 주까지 모든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앞에 내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알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그렇게 하진 않겠죠?' 라고 대답했다.

비슷한 시각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었다. 라브로프는 케리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덥석 물었다. 그는 "화학무기 저장시설을 국제 감시하에 두는 것뿐 아니라 순차적으로 폐기하는 방안을 시리아 에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존 캐리.jpg

무알렘 장관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의 제안'으로 이름 붙여진 이 아이디어의 파장은 엄청났다. 이틀 후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취소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전혀 다른 관점의 질문이 군사공격으로 치닫던 물꼬를 180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한 여기자의 질문이 시리아 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단지 관점을 바꿨을 뿐이다. 모두가 미국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내가 만약 시리아 국민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라며 시리아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이다.


1984년 매킨토시를 출시해 컴퓨터 산업 전체를 바꿨고,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해 음악 산업 전체를 바꿨던 애플은 2007년 중대한 발표를 하게 된다. 첫 번째는 터치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와이드 스크린 아이팟, 두 번째는 혁신적인 모바일 폰, 세 번째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 이 세 가지를 합친 아이폰을 발표한다.

스마트폰이라 불렸던 최신 휴대폰 모토로라, 블랙베리, 노키아 등과 아이폰의 차별점은, 그 전까지 갖고 있던 스마트폰의 하단에 위치한 플라스틱 키보드를 없애버리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멀티터치’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핸드폰의 4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키보드를 고수할 때, 애플은

‘플라스틱 키보드를 없앤다면 어떨까? 왜 핸드폰은 컴퓨터 화면처럼 클 수 없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핸드폰은 전화와 문자, MP3는 음악 감상, PMP는 인터넷 강의용, 전자사전은 검색용. 이렇게 서로의 역할이 나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이 모든 걸 합친 무언가가 나올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애플은 이 모든 것을 해낸다.

그 이유는 애플은 항상 그들 스스로에게 관점을 바꾸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통화나 문자도 되고 음악감상도 되는 핸드폰을 만들면 어떨까?’ ‘목소리만 듣는 통화뿐만 아니라 서로 얼굴을 보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화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관점을 바꾸는 질문들이 애플이란 기업의 혁신을 주도했고, 지금도 스마트폰 시장의 최정상에서 군림할 수 있게 해줬다.


학교 선후배로 인연이 되어 굉장히 친해진 선배님이 있다. 군대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계셨지만, 항상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먼저 낮아지는 자세에 감동해서 마음 깊숙이 따르게 됐다.

서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하루는 그 선배님과 강연 컨텐츠 대화를 하는 도중 ‘성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님은 자신이 원래 내향적인 성격이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했고 지금은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뀔 수 있었다, 그러니 뭐든지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하셨다. 그런데 나는 선배님과 생각이 조금 달랐고 선배님께 조심스레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선배님, 컵에 물이 반이 차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하고, 누군가는 물이 반밖에 안남았네 라고 합니다. 우리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는 사람을 긍정적인 사람, 물이 반밖에 안남았네 라는 사람을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모두가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물이 반밖에 안남았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언제든 위험에 대한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위험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반면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하는 사람은 긍정적이지만 추후의 일에 대한 계획이 약한 사람들입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이 매번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내향적인 성격도 그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꼼꼼하고 세심하고 집중력이 좋죠. 선배님도 내향적인 성향이었기에, 상대방을 더 세심하게 잘 배려해주시고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하셨기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 각자의 장점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그 장점을 융합시키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하시면 정말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을 들은 선배님의 눈이 커졌다. ‘오, 민창아 정말 좋은 생각이다. 지금까지 난 내향적인 성격이 안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런 성격 덕분에 남들보다 좀 더 세심할 수 있었던 거 같네.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선배님은 그 다음주, 대학교에서 성향 관련 강연을 하시고 평소보다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셨다고 했다. 고민하는 이슈가 있다면, 관점을 한 번 바꿔보자.

‘만약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아니라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색다른 관점의 질문을 통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참신한 해결책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관점을 바꾸는 질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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